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11월호(통권 27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스산한 가을비가 내리더니 어느덧 겨울이 코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더불어 PC방 업계의 겨울 성수기도 임박한 것이다. 하지만 올겨울은 여느 해와 사뭇 다른 것 같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추위와 방학 등이 어우러져 성수기가 될 것은 분명하나, 전면금연화에 따른 고객 방문 수에는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실 이 정도라면 납득할 수도 있겠지만, 계도기간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전면금연에 돌입하는 1월 1일부터는 어떤 영업 전략으로 접근해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다. 말 그대로 생존 방법을 결정해야하는 난감한 형국을 맞이하게 된다.

여기에 연말만 되면 고개를 드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저작권 관련 활동 소식이 올해도 여지없이 들려오고 있다. 지난해의 격렬했던 저항을 의식해서인지 ‘자산관리 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다소 순화했으며, 고소고발에 대한 언급이 일체 제외된 대신 라이선스 유형에 대한 안내가 추가됐다. 캠페인 안내장이 날아든 업소 수가 지난해 대비 절반 이하인 것으로 추산되는 등 규모와 강도가 모두 완화된 분위기지만 여전히 PC방 업계로서는 반갑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PC방 업계에 충격을 안겨줬다가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인터넷문화콘텐츠협동조합 최승재 이사장의 노력으로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잠정 유보되었던 부가세 역추산 문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4월 김덕중 국세청장이 간담회를 통해 ‘불성실 신고자 한정’과 ‘소명 시 최대한 수용’ 원칙을 공언(公言)했으나, 지방국세청까지는 아직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고 있어 본청의 공언(空言)이 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당장 지난 10월 경남 일부지역의 부가가치세 수정신고 공문이 그러하다. 부산지방국세청마저도 모르는 상황에서 창원세무서가 개별적으로 추진한 일이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본청의 의중과는 무관하게 창원세무서 일선 세무공무원들이 실적을 위해 중부지방국세청의 사례를 기준 없이 무리하게 차용하면서 불거진 사태다.

문제는 창원세무서에서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국세청 차원에서 세수 확보를 발표한 만큼 일선 세무서에서 경쟁적으로 PC방 부가세 역추산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어두운 그림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을 얼려버릴 듯한 매서운 추위의 겨울도 해가 뜨면 햇볕이 어리고,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따뜻한 봄이 와 만물이 소생하기 마련이다.

위험요소와 성수기가 혼재해있는 올겨울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당장 지난 겨울을 돌이켜보면 윈도우 사태의 심각성은 올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버거웠다. 지난해 그 순간만 놓고 보자면 당장이라도 폐업을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보이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 힘든 시기를 땀과 노력으로 견뎌낸 지금은 지난해보다 다소나마 나아졌다.

여전히 불합리해보이지만 그래도 지난해보다 한결 수위가 낮아진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행보를 보자면 지난해 PC방 업주 1천여 명이 추위 속에서 부당함을 외쳤던 것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PC방 전면금연화는 환경개선과 요금 현실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일말의 장점이 있다. 미래가 불확실하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측면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부가세 사태 역시 PC방에 드리워있던 부정적인 인식을 재고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간 PC방은 소액 요금으로 인해 현찰 위주의 결제가 주를 이루다보니 탈세의 온상이 아니냐는 의심어린 시선을 받아왔다. 그러나 PC방의 전성기이자 대형화가 시작되던 2005년 전후로 대다수의 PC방이 간이과세자에서 일반과세자로 전환한데다가 모든 매입자료가 전산자료로 등록되는 만큼 매입보다 낮은 매출을 신고할 수 없는 등 매출신고가 현실화되었다는 사실을 대중에 인지시킬 필요를 확인했다.

더욱이 이번 부가세 사태를 계기로 국세청에 PC방 요금 실태, 먹거리 판매 및 수익 실태, 오과금 등에 따른 게임 사용시간 대비 매출 평균 차이, PC 등 소모품 재구매 주기 등 부가가치세를 추산하는데 변수로 작용하는 항목들을 상세히 전달해 불합리한 역추산이 발생하지 않도록 요청할 수 있게 됐다.

땀과 노력은 반드시 결실을 맺는다. 비록 그 크기가 다소 다를지언정 겨자씨 같아 보이는 소상공인도 뭉치면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사례를 스스로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더 값지다. 비가 온 뒤 땅이 더욱 단단해지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땀과 노력을 견뎌낸 시절은 값진 성장의 밑거름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도 역시 겨울은 춥다. 만전을 기해야 살을 에는 추위를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