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7월호(통권 27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인기게임들은 저마다 다른 흥망성쇠의 주기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게임은 단기간 동안 급격한 등락을 거듭하며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반면, 또 어떤 게임은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면서 다년간 서비스를 이어가기도 한다.

흥망성쇠의 주기는 기본적으로 게임의 장르, 콘텐츠, 디자인, 커뮤니티의 활성화 정도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PC방 업계에서는 무엇보다도 서비스의 안정성을 핵심적 원인으로 꼽아왔다.

게임 유저의 플레이패턴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PC방 업주들은 안정적인 게임 서비스를 바탕으로 구축된 신뢰가 한 게임의 수명을 좌우한다고 판단해왔고, 이는 PC방 업계의 정설이었다.

갈 곳이 있어야 게임을 접을 수 있다
게임의 콘텐츠가 인기를 좌우하고 서비스가 이 인기를 유지한다는 이분법적 이론은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등장 이전까지만 해도 예외 없이 척척 들어맞았다. 이 때문에 PC방 업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고, 게임 서비스의 안정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LOL>의 경우는 론칭 이후 삐걱거리는 서비스로 도마 위에서 내려올 생각을 않고 있지만 보란 듯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양질의 서비스가 게임의 인기 유지에 미치는 영향이 과대평가되었다는 의구심마저 표하고 있다.

분명 <LOL>은 게임 본연의 재미가 탁월했고, 이런 재미를 바탕으로 서버 불안에도 불구하고 PC방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악재를 무색케 한 PC방 점유율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분명 라이벌격인 AOS게임의 부재도 한몫했다.

유저는 이제 피도 눈물도 없다
과거 출시된 온라인게임이 적었을 때는 서비스나 콘텐츠가 부실한 게임도 시장에서 그럭저럭 살아남았다. 그러나 다수의 온라인게임이 시장에 출시되면서 유저와 게임사의 입장이 역전됐다. 유저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진 이상 게임에 불만이 쌓이거나 매력적인 게임을 발견할 경우 가차 없이 다른 게임으로 이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디아블로(이하 디아)’ 시리즈가 PC방에 남긴 족적을 살펴보면 확실히 드러난다. 2006년작 <디아2>와 2012년작 <디아3>는 출시년도만 다를 뿐 공통점이 많다. 우선 PC방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는 점 외에도 △간편한 조작 △빠른 전투 △방대한 아이템 △수집의 재미를 핵심 콘텐츠를 내세우는 등 닮은 구석이 많다.

심지어 원활한 온라인 환경을 구축하지 못한 점까지 닮았다. 하지만 똑같은 서버 장애라도 그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변변한 경쟁자가 없던 <디아2>는 서버 장애에도 불과하고 유저들의 변함없는 지지에 미소를 지었다. 반대로 <디아3>는 PC방 점유율 39%대에서 1%대로 추락하는 고배를 마셨고, 경쟁작들은 점유율이 증가하는 반사이익을 누렸다.

온라인게임 유저들은 서버장애를 용서할 수 없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고, 게임사의 미적지근한 대응에는 냉정한 태도로 등을 돌리며 더 이상 순애보를 보여주지 않았다.

탄탄한 서비스 내공 여전히 중요해…
세월이 흐르면서 게임 시장의 주류는 온라인게임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온라인게임은 패키지게임과 달리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라는 특징이 있고, 비즈니스 모델 또한 판매수익이 아닌 정액제가 대세였다.

두 플랫폼이 마라톤과 100m 달리기만큼 달랐다.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라도 접속이 안 되면 무용지물이었기 때문에 유저들은 원활한 서버 상태를 최우선적으로 요구했고,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소통 중심의 고객 서비스를 원했다. 

 

   

 

한국온라인게임사(史)와 나란히 걸어온 엔씨소프트는 일찍부터 게임 서비스가 변화하는 흐름을 포착해 성공을 거머쥐었다. 실제로 엔씨표 게임들은 유저가 몰리는 상황에서도 임시점검이나 긴급점검 등이 극히 적었고, 이러한 전통은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에 이르는 지금까지도 면면히 내려오고 있다.

서버 관리뿐만 아니라 대고객 서비스(Customer Service)의 중요성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게임사들은 유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를 운영에 반영하기 위해 CS센터를 오픈하는가 하면, 소통 중심의 운영을 강조하며 유저충성도를 강화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어졌다.

초미의 관심사, <도타2>의 위력

 

   

 

<LOL>과 정면승부를 앞두고 있는 <도타2>가 올 하반기 론칭을 예고하면서 PC방 업계와 게임업계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도타2>는 2년 동안 북미에서 베타 테스트를 거치면서 재미와 완성도를 검증받았고, <LOL>의 라이벌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PC방 업계는 바로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LOL>과 <도타2> 모두 재미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는 만큼 서비스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도타2>는 서버 관리 역량이 출중한 넥슨이 서비스를 맡았다. 만약 두 게임의 서비스 퀄리티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면, 유저 이탈의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고 <디아3>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도 없다.

넥슨은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E3 기자간담회에서 서버장애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면 PC방 업주와 유저 모두에게 불편을 끼치는 만큼, 수개월 전부터 서버를 구축해 라이브 서비스 관련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하는 등 게임 서비스에 방점을 찍었다.

마치며…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LOL>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선언하고 나섰다. 보상만 지급하는 단계를 넘어 공식 홈페이지에 서버장애의 원인·대책·보상·서비스관리 등에 대한 본사 차원의 방침을 공지했고,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 대기열 발생을 불사하는 등 팔을 걷어붙였다.

한편, <도타2>는 양질의 게임 콘텐츠, 다각적인 이스포츠 연계, 국내 PC방 친화 정책 등에서 <LOL>의 상대로써 손색이 없는 모습이다. 아울러 <LOL>의 유일한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강조하면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올가을 PC방에서는 약점을 보완하려는 <LOL>과 새로운 구도를 형성하려는 <도타2>의 대결이 펼쳐진다. 이 승부는 결국 서비스로 승패가 갈릴 전망이며, 이후 PC방 게임 순위의 향방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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