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7월호(통권 27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이라는 문화시설은 한국을 종주국으로 해서 일본과 중국에 전파되어 있다. 전체적인 발전 양상은 종주국인 한국이 앞서 있지만, 규모면에서는 중국이, 콘텐츠 제공 및 영업 환경 면에서는 일본이 앞서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PC방 전면금연화가 6월 8일부터 시행되었고, 오는 12월 31일까지 계도기간으로 설정되었다. 국민건강증진이라는 대의를 바탕으로 추진된 것이지만, 선계도 후법제화나 공공장소 우선 적용 후 선택적 업종 차후 적용 등의 현실적인 절차가 무시되었다는 점, 그리고 계도기간 중 과도한 행정처분 등으로 인해 때 아닌 홍역을 앓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일본 관계부처에 흡연실 규정을 요청해 차용할 만큼 한국의 PC방 전면금연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본의 넷카페(PC방)를 직접 취재해 한국의 실정과 대조해보았다.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 등을 살펴 한국의 PC방 전면금연화가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또 향후 어떻게 대처해나가는 것이 좋은지 살펴보는 기회를 가져보았다.

일본의 흡연 문화
혹자는 일본이 한국에 비해 흡연에 관대하다는 말을 종종 하고는 한다. 하지만 이는 반만 맞는 말이다. 일본에서는 한국보다 훨씬 흡연을 자연스럽게 보는 것은 맞지만 일본은 이동하면서 흡연을 하는 것을 금기시 한다. 대부분 건물 앞이나 담배자판기 옆에 흡연 할 수 있는 공간을 지정해놓고 머물러서 담배를 피고, 이후 이동을 한다. 비흡연자는 흡연 공간을 피해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흡연자의 흡연권과 비흡연자의 간접피해의 해소가 동시에 충족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국회, 공공시설, 도로 등에서는 단속에 소홀하고, 자영업종 전체에 대해 강도 높은 단속이 이뤄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더 대조적인 것은 일본의 흡연 문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정착되어온 것이며, 이러한 관습이 정착되는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앞장서왔다는 것이다. 결국 자영업자에게까지 강도 높은 규제안을 내놓는 일로 이어지지 않게 된 것이다. 반대로 한국의 금연정책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정책수립에서 발의, 공포, 단속이 모두 이뤄졌으며, 이 과정에서 계도는 거의 없었다. 더욱이 국회를 비롯해 도로 등에서의 단속은 시행 첫 주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순차적 적용의 의미가 퇴색되어버렸다. 정부의 흡연권 보호 및 간접흡연 피해 구제 보안책이 전무했다는 점도 큰 차이점이다.

일본, 금연 문화 위해 국민 계도 이어 담배가격 인상부터
일본은 2010년 10월 1일부터 담배가격을 급격하게 인상했다. 기존 평균 300엔 전후였던 담배가격이 400엔대로 급상승했다. 일본 정부가 금연정책의 방향을 흡연규제 법안을 발의하기 보다는 국민 계도와 담배가격 인상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담배의 세금을 100~120엔, 소매가격은 110~140엔 인상했는데,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이 한순간에 판매 가격의 64.5%에 이르는 수준으로 상향된 것이다. 이는 곧 담배 판매량에 직결되었다.

 2010년 10월 이전 6개월의 판매량을 살펴보면 월간 약 180억 개비가 판매되다가 9월에는 사재기로 360억 개비를 넘어선 뒤 10월부터는 월 61억 개비로 내려앉았다. 담배에 대한 세금을 1,200~1,400원 가량 올리자 국민 흡연량이 1/3로 줄어든 것이다. 최근 국회에서 담배값 인상 의견이 나왔다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담배세 비율은 높아졌지만, 담배 특별세를 제외하고는 정부와 지자체 모두 일반회계에 포함되기 때문에 사용처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되었다. 즉, 흡연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간접피해를 줄이려는 흡연문화가 정착됨에 따라 간접피해 구제 보안책 마련 및 사회간접비용이 줄어들게 된 것이고, 이는 다시 세수를 흡연에 의한 의료비 충당 등 사회간접비용으로의 소진이 아닌 저소득층 생활보호, 초중등학교 운영비, 도로 및 공원 정비 등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투입되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일본의 금연 정책은 강제 규제보다는 흡연 문화 조성을 선택함에 따라 자율적으로 간접피해를 해소하는 한편, 불필요한 세금 낭비를 막고 그 세금을 사회 복지에 투입하는 근간을 마련한 것이다.

일본 넷카페에 대한 금연 정책은?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 넷카페에서는 흡연이 허용된다. 일본 넷카페는 개인별 밀실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완전한 밀실을 지양하자는 움직임과 환기라는 대전제 하에 개인실 위를 천장과 간격을 두어 개방하기 시작했다.

카운터에서는 재떨이를 제공하고, 개인실 안에서는 자유롭게 흡연을 할 수 있다. 심지어는 넷카페 안에 담배자판기까지 설치되어 있다. 다만 개인실 외의 공간에서는 흡연을 금지하는 자율규제만 존재한다.

매장의 자율규제가 아니더라도 이동하면서 흡연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흡연문화가 정착되어 있어 통로에서의 흡연자는 찾아볼 수 없다.

보건부가 참고했다는 일본 흡연실 기준은?
일본의 흡연시설은 자율설치 개념이다보니 불연소재 및 환기시설 적용 등의 요건을 중요시할 뿐 그 외의 부분은 상당히 자유롭다. 결국 한국 흡연실 규정이 개론적인 수준에 멈춰있는 것도 이런 까닭에 기인한 것으로 보면 무방할 것이다.

실제 넷카페를 이용해보니 바로 옆 개인실에서 흡연을 할 경우 흡연 유무는 알 수 있을 정도의 담배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벽의 존재와 천장과 덕트를 통한 환기로 인해 간접피해는 매우 적은 편이었다.

넷카페 음료 시장의 변화도 주목해야
일본 넷카페의 금연 정책 외에도 눈여겨볼 거리가 있다. 바로 음료 시장의 변화다. 일본 정부가 2010년 10월부터 담배가격 인상을 통해 금연 문화를 계도하기 시작함에 따라 넷카페 음료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010년 이전에는 커피, 녹차, 청량음료 등이 고루 판매되었지만, 10월 직후부터 커피의 판매가 줄고 청량음료와 홍차 종류의 판매가 늘어났다.

일본에서는 커피와 담배가 보완제로서 상품 연계성을 갖고 있는데, 담배의 소비가 줄면서 커피 역시 소비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아울러 녹차 일색의 차음료 시장에서 홍차 종류 신제품들이 대거 선보여지면서 음료 소비 트랜드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결국 넷카페에는 과일주스, 탄산음료, 미과즙음료, 차음료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면, 캔커피 등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PC방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담배 소비가 줄 때 껌과 사탕 소비가 는다’는 말이 있듯이 PC방 전면금연화는 PC방 판매 음료의 트랜드에도 어느 정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여진다.

커피 종류의 소비는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다른 음료의 소비가 그 자리를 메울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모든 다중이용업소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는 전후에 트랜드에 맞춰 건강음료 등의 새로운 음료가 출시된다면 이 역시 의외의 성장세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양한 콘텐츠 구비한 넷카페

넷카페는 온라인게임이 주력 콘텐츠가 아니다. 넷카페는 크게 PC 임대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형태와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어떠한 형태든 온라인게임이 주력 콘텐츠는 아니다. 최근에는 온라인게임의 보급에 힘입어 온라인게임 이용률이 30%에 육박하며, 30%를 조금 넘어선 만화에 이어 2위에 올라서기는 했지만 온라인게임만을 위한 공간으로는 해석할 수 없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현재 넷카페는 주요 콘텐츠는 만화이며, 그 다음을 온라인게임, 인터넷 이용, 휴식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보다 다양한 손님을 받을 수 있고, 보다 오랜 이용시간을 유도할 수 있으며, 손님에게도 다양한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영업적 효과가 크다.

물론 PC방의 원조인 한국 PC방도 초창기에는 온라인게임, 패키지 게임, 사무, 바둑, 주식, 화상채팅, 인터넷 이용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었다. 하지만 점차 효율이 높고 공급이 용이한 온라인게임으로 집중화되었고, 지금은 온라인게임 외에는 유명무실하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이제 와서는 게임사의 정책이나 공급하는 게임의 선택에 따라 PC방이 이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인기 게임 1개에 목을 매야 하고, 게임 1개가 흔들리면 손님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오과금이나 서버 다운 한 번에 대부분의 손님이 업주를 비난하며 나가버리는 사태는 이제 익숙하다 못해 일상다반사가 되어버렸다.

신원확인 등 가입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넷카페
일본 정부는 인터넷과 넷카페를 악용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넷카페 회원가입제를 도입했다. 넷카페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회원가입서에 이름, 생년월일, 주소, 연락처를 기록해야 하며, 넷카페 근무자는 주민등록증 등을 받아서 대조를 한 뒤 전산상으로 회원정보를 기록한다. 이렇게 발급된 회원증이 있어야 넷카페 이용이 가능하다. 일본에서도 번거로운 절차로 이용문턱이 높아진다며 영업 저해 요소로 보는 시각도 많지만 보다 건전한 이용을 위한 초석이라는 측면에서는 찬성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이점도 있다. 한국에서 청소년들이 위조 신분증을 이용해 PC방을 이용한 경우 PC방 업주에게 억울하게 책임이 전가되는 사례가 빈번한 만큼, 이러한 등록 및 확인절차 의무화는 PC방 업주에게 귀책사유가 될 수 있다. 신원확인을 위해 법으로 정한 노력을 다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신원을 확인한데다가 주소까지 전산기록으로 확보한 덕에 부정 이용자 특히 일명 ‘먹튀’를 예방하는 효과가 매우 탁월하다. 돋보기 등 고포류 게임을 노린 부정 이용자에 대한 예방 수단으로도 효과적이다.

이러한 회원가입제는 외국인에게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범죄에 내외국인이 따로 없기 때문인데, 실제로 외국 관광객도 회원가입서를 작성하고, 여권을 제출해 신원확인을 받아야만 넷카페를 이용할 수 있다.

마치며…
한국의 금연 정책이 이웃 국가에 비해 합리적이지 못하고 실효성이 떨어지게 추진되고 있는 점은 사뭇 아쉽다. 하지만 악법도 법이라고 이미 시행된 PC방 전면금연화는 따를 수밖에 없고, PC방 업계는 변화만이 살 길이 되었다. 먼저 금연 정책을 시행하고, 그에 따라 소비자의 변화가 가시적으로 나타난 이웃 일본의 사례를 지표삼아 한국 소비자와 PC방의 변화 흐름을 미리 예측해 대비한다면 PC방 전면금연화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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