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5월호(통권 27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현재 PC방 업계는 ‘패닉’ 상태에 놓였다. PC방 전면금연화가 국회에서 사실상 부결된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상당수의 PC방 업주들은 결국 전면금연이 예정대로 시행되는 것 아니냐며 흡연실을 설치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한 상황이다.

하지만 흡연실을 설치하고 싶어도 설치할 수 없는 PC방이 더 많다는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소방관련 법률과 상충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밀폐된 공간으로 설치해야 하는 흡연실이 소방법에서는 구획된 실로 판단되어 구조변경에 해당된다.

현행법에 따르면 구조변경이 발생하면 일명 ‘소방필증’이라고도 불리는 ‘소방시설등완비증명서’를 재발급 받아야 한다. 구조변경에 따른 도면을 다시 그려 제출해야 하고, 최근 개정된 소방관련 법률을 준수해 실사를 받아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기존에 없던 내용이 추가되면서 수천만 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공간이 부족해 흡연실을 설치할 수 없는 소형 PC방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수천만 원의 비용을 투자하든가, 일부 매출을 포기하든가, 흡연손님을 포기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일부 PC방 업주들은 탁상공론으로 인해 PC방 업계가 큰 손해를 입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소형 PC방은 현재 어떤 상황인 것일까? PC방 전면금연화 시행에 따른 문제점을 살펴보기 위해 서울의 한 소형 PC방을 방문해 살펴봤다.

“도저히 흡연실 설치 공간이 없다”


서울에서도 PC 대수가 가장 적다고 알려진 A PC방을 방문한 결과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특히 매장의 구조가 직사각형이 아닌 마름모꼴로 형성되어 있어 억지로라도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보이지 않았다.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적게는 3~4대, 많게는 5~7대의 PC 좌석을 빼서 해당 공간에 흡연실을 설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문제는 A PC방의 전체 PC 보유 대수가 25대에 그친다는 점이다. 흡연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PC 보유대수를 20%~30% 줄여야 한다. 매출의 상당부분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흡연실 설치문제와 관련해 A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업주는 ‘멘붕’이라는 표현으로 대신했다. 해당 PC방 업주는 “지금까지 고민을 정말 많이 해봤지만, 도저히 답이 안나오는 상황”이라며 “보시는 것처럼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도 없고 억지로 설치한다면 보유 PC의 상당수를 빼야 하는데 워낙 소형이라 매출의 상당 부분이 사라지는 것인 만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서비스 업종이 서비스를 포기하는 상황
A PC방 업주가 말한 것과 같이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흡연실 설치는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흡연실을 설치하지 않고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문제는 손님들에게 불편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흡연실을 설치하는 것이 경쟁력으로 자리 잡기 때문이다. 흡연실 설치 공간이 충분한 대형 PC방과 경쟁에서 핸디캡을 안고 출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억지로 흡연실을 설치했다고 해도 경쟁력에서의 손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말 그대로 억지로 흡연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PC 대수를 포기해야 하는데, PC 대수를 포기한다는 것은 그만큼 매출을 포기하겠다는 의미와 같다. 25대의 PC에서 5대를 더 줄이면 20대 밖에 남지 않는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모두 태워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에 대해 A PC방의 업주는 “억지로 흡연실을 설치한다면 매출손해는 둘째치고라도 소방관련 법령 때문에 비용지출이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과거에는 소방필증을 발급받는 과정에서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는 의무조항이 없었는데, 이제는 관련법이 바뀌면서 흡연실을 설치하기 위해 수천만 원의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점차 계륵으로 치부되고 있는 흡연실


실제 A PC방의 천장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몇몇 환기시설과 CCTV, 화재감지기, 조명 등만 설치되어 있는 상태다. 물론 창업 당시 ‘소빙시설등완비증명서’는 발급 받았다. 3년 전 기존 매장을 인수할 당시에는 스프링클러 설치 등이 의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흡연실을 설치하려면 천장 공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A PC방 업주는 “가장 부담인건 역시 스프링클러 설치다. 문제는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된 배경이다. 노래방 화재로 인명사고가 발생하면서 신설된 조항인데, 사실 PC방에서는 화재로 인해 인명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적다. 고개만 들면 매장 전체 상황을 단번에 알 수 있고 근무자가 상주해 있기 때문이다. 밀실 등도 없기 때문에 유사시 대피하기도 훨씬 수월하다.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흡연실 시공업체 등에 따르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천장을 모두 뜯어내야 하고 전기 배선이나 흡배기 시설의 경로도 다시 잡아줘야 하기 때문에 1천만 원 상당의 비용이 발생한다. 흡연실 하나 때문에 수천만 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매출규모가 적은 소형 PC방은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라도 확보되어야”
A PC방 업주는 현재 매매시장에 PC방을 내놓은 상태다.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아 인수하겠다는 예비창업자가 나타나면 인수해주고, 흡연실 설치가 좀 더 원활한 입지조건을 찾아 다시 PC방을 운영하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다. 한번 PC방을 운영해 본 업주라면 PC방 업계를 떠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말을 짐작케 한다.

그러나 흡연실 설치와 관련한 문제만큼은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분명히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A PC방 업주는 “유예기간 연장이 국회에서 사실상 부결됐다는데, 정부가 계도기간이라도 충분히 확보해 줘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라도 줬으면 좋겠다”며 “커피전문점이나 음식점은 150제곱미터 예외규정도 있고, 흡연구역도 설치해 운영이 가능한데, 왜 PC방만 이렇게 예외규정을 두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특히 A PC방 업주는 “흡연실 설치 문제를 떠나서라도 PC방 전면금연화는 분명 업계 매출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차라리 담뱃값을 8,000원까지 올려서 사회 전반에 걸쳐 금연문화를 조성하던지, 흡연공간만 줄인다고 금연문화가 정착되는 것도 아닌데 자영업자들만 죽이려고 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마치며…
익명을 당부한 A PC방을 방문한 이후 느낌 점은 흡연실 설치가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생존권의 기로에 놓인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국회 관계자들과 정부부처는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실제 PC방을 방문하고 PC방 업계의 실태를 철저히 조사해 정책변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전제가 없다면 이제는 생활밀착형 업종이 되어버린 PC방 업계의 쇠락에 대한 책임은 보건복지부 등 정부부처의 안일한 법 개정 때문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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