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들에게 총이기도, 칼이기도 한 마우스는 촉감으로 디지털 공간에서의 시각을 확보해주는 독특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나름대로 발전 과정을 지나왔다.
1990년대 후반에는 물리적인 부속장치에 의존하는 볼 마우스가 주류였지만, 이제는 적외선 파장을 분석해 움직임을 제어하는 옵티컬 마우스는 물론, 레이저 파장을 통해 고해상도로 센서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레이저 마우스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텔리 익스플로어 3.0(이하 익스플로어 3.0)은 1600dpi를 넘어 2000dpi 해상도를 내세우는 레이저 마우스가 선보여 각축을 벌이는 하이엔드 마우스 시장의 정황에 비추어 봤을 때 사뭇 색다른 느낌을 주는 제품이다. 익스플로어 3.0은 이미 2004년경에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던 모델을 최근 감각에 맞춰 포장을 새롭게 한 것으로, 전 세계 PC 게이머들의 재발매 요구에 따라 복각되었다는 전력을 갖고 있다.

익스플로어 3.0은 국내 유저들이 2~3년 전에 보따리상을 통해 수입된 모델을 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AS 센터에서도 후속 모델인 익스플로어 4.0도 재고가 없어 최상위 모델인 레이저 시리즈로 바꿔주는 상황에서 이를 직접 써본 사람을 찾아보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제 한국의 게이머들도 해외 게이머들의 호평을 받는 익스플로어 3.0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 본래 임무에 충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텔리마우스 브랜드를 선보이면서 부각시킨 측면은 오피스 솔루션과의 유기적인 활용이었다. 이를 위해 인텔리마우스의 버튼을 오피스 단축키와 결합하는 식의 활용 예제를 주로 홍보했었다. 특히 국내에서는 비싼 마우스를 선뜻 돈 주고 사려면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건을 갖추거나 마우스 등 인터페이스 기기에 왜 투자해야 되는지를 아는 파워유저로 시장이 제한된 측면도 영향을 미쳤다.

인텔리마우스 중에서도 익스플로어 시리즈는 가격이 4만원을 넘는 고가에 팔리는 제품으로, 마우스를 소모품으로 인식했던 발매 초기에는 국내에서 판매량이 그리 많지 않았던 제품이다.
오피스 솔루션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지지층을 키워나가긴 했지만, 게이머 시장은 지니어스, A4 테크 등 값 싼 중국산 제품이나 전문기업인 로지텍이 굳건한 기반을 키워 공략하기 쉽지 않았다.

   
 

익스플로어 3.0이 게이머들에게 각광받아 단종된 지 2년이 다 된 상황에서 복각된 것에는 현재 나온 모델로는 게이머들의 마음을 얻기 힘든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우스는 상당한 수준의 센서와 기능키, 소프트웨어가 집약되었지만, 크기가 크다보니 상대적으로 둔탁한 사용감을 준다는 평가가 분명히 존재한다. 게다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특허로 내세운 틸트휠은 게이머 중에서도 특히 FPS(First Person Shooting) 게이머들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주로 받는다.

익스플로어 3.0은 버튼 수를 늘리고 스크롤 휠을 투박하게 손질해 각 버튼이 기능에 적합하도록 설계해 버튼을 누르는 느낌이 딱딱한 느낌이 든다. 또 측면 버튼은 헐거운 편이어서 손끝이 미끄러지면 슬쩍 눌리기도 한다. 대신 손끝으로 마우스를 약간 들어 올려 쓰기 좋은 구조로 디자인되어 있다. 또한 휠이 단계별로 확실하게 끊어지는 맛이 있어 FPS 게임을 하면서 무기를 고르거나 MMORPG에서 줌 기능, 아이템 선택 등을 할 때 잘못된 선택을 할 염려가 적다.

● 다재다능을 뽐내

 

해외에서 게이머들의 지지로 복각되었다고는 하지만, 고전적인 인텔리마우스의 장점을 최신 소프트웨어와 결합해 활용도를 극대화시켜 게임용보다는 사무용으로 쓰기에 더 적합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웹 브라우저에서 앞 페이지, 뒷 페이지로 가는 버튼이 느슨하긴 하지만, 그 외의 버튼과 휠은 탁탁 끊어지는 맛이 있어 데스크탑을 확실히 제어하고 싶어하는 사용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익스플로어 3.0이 2년 전에 나온 하드웨어를 거의 그대로 내놓은 탓에 20인치 이상 대형 디스플레이에서 느리게 움직이는 느낌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인텔리 포인트에서 제공하는 속도 조절이나 ‘정확한 포인팅’ 옵션으로 20인치 이상 디스플레이에서 약간 느린 느낌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는 있다지만, dpi가 요즘 나온 제품의 절반 수준이라 와이드 스크린을 쓴다면 넓은 화면 저편으로 커서를 보내기 위해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여야 한다. 컨트롤 패널에서 가속기능을 제공하기는 하나 최신 마우스에 비해 움직임이 무거운 편이다.

   
 

대형 화면에서 마우스 커서가 한 번에 끝에서 끝까지 가는 시원한 이동은 부족한 대신, 좁은 화면에서 정확하게 대상물을 지정하는 상대적인 장점은 참으로 쓸모가 많다. 익스플로어 3.0이 게이머용으로 각광받은 것에는 이런 국지적으로 미세한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점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배틀필드, 서든어택 등 인기 있는 FPS 게임을 즐기다보면 시야가 제한적인 M60 등 중화기나 스나이핑에 쓰이는 라이플을 다루기에 꽤 안정된 느낌을 준다.

익스플로어 3.0은 작은 움직임으로 미세한 컨트롤을 하기에 적합하다는 점 외에도 단계별로 끊어지는 것이 확실한 휠 덕분에 무기 및 아이템을 선택할 때 잘못된 선택이 일어날 확률을 줄여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신제품들이 채용하는 틸트 휠이 너무 부드러운 움직임 때문에 선택하려는 것을 지나치기 쉬운데 비해, 한 두 가지 주력 무기를 셋팅 하고 즐기는 FPS 게임에서 원하는 무기를 바로 선택해 쓸 수 있다는 점은 게임에서 생존 확률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복각 제품답게 성능 자체는 최근 나온 쟁쟁한 제품에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확한 포인팅과 오른손잡이에게 편안한 디자인, 다양한 기능은 나름대로 복각될만한 이유를 확실히 증명한다. 또한 요즘 나온 마우스들의 커서 움직임이 너무 빠르다고 느끼는 비즈니스맨이라면 굳이 게임이 아니더라도 업무에 맞는 용도를 찾아내기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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