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10월호(통권 26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온라인게임은 PC방의 주요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한때 패키지 게임도 PC방에서는 많이 애용되던 시절이 있었으며, 그 즈음에는 MS오피스나 한글 프로그램 혹은 팩시밀리 등 사무업무를 위한 환경도 제법 조성되어 있었다. 당시 PC방 창문에는 ‘인터넷 주식 거래’ 같은 문구도 심심찮게 보여질 만큼 PC방 콘텐츠 영역은 상당히 넓었다. 마치 PC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PC방은 말 그대로 PC를 대여해주고 그에 상응하는 대여비를 받는 PC 시설 제공업이다.

 

언제부터인가 사무업무 환경과 부가 기능들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패키지 게임마저도 PC방의 콘텐츠에서 제외되었다. 온라인게임이 상품 수명이 길고, 보다 많은 손님에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매력적인 콘텐츠임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온라인게임의 최대 장점 중 하나인 빠르고 자유로운 변경은 PC방에는 최대의 골칫거리가 되어버렸다. 언제든 유저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고, 버그나 밸런스 붕괴 등 문제가 발생하면 즉흥적으로 수정도 가능하다. 나아가 새로운 맵과 몬스터 등을 자유롭게 업데이트할 수 있어 게임의 수명을 반영구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은 게임의 신기원 그 자체다.

하지만 이처럼 잦은 또 큰 용량으로 이뤄지는 패치와 업데이트는 PC방에 어려운 현실로 직면하게 된다.

버그나 밸런스 패치는 비록 비정기적으로 진행되기는 하지만 용량이 적어 클라이언트 실행시 이뤄져도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대규모 업데이트는 그렇지 않다.

대규모 업데이트는 다양한 콘텐츠를 비롯해 밸런스 전면 개편이 포함되곤 하기 때문에 적게는 5~600MB에서 많게는 2~3GB에 이르기도 한다. 통상 PC방 손님들의 평균 게임 접속 시간이 80여 분 가량일 만큼 좌석의 이용여부는 매우 유동적이라서 업데이트 작업은 모두 개별 작업으로 진행해야 한다. 여기에 PC방 PC에 설치되는 게임 수가 최소 50종이 넘는다는 점과 전국 PC방 평균 PC 보유수가 72대 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보안과 관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순간복구 기능을 적용한 경우라면, 마스터 HDD에 대한 원본작업을 선행한 다음에 개별 PC에 하드복사 작업을 해야만 한다. 패치나 대규모 업데이트에 문제점이라도 내포하고 있는 경우에는 또 다시 원본작업부터 반복해야만 한다.

당장 클라이언트만 해도 적게는 4~5GB, 크게는 30GB에 달하는 게임들에 대해 수GB에 달하는 업데이트를 적용해야 하는 만큼 작업량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심지어는 클라이언트를 처음부터 다시 설치해야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은 크다. 이러한 경우 시간도 시간이지만, 모든 PC를 복구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마스터 HDD에 대해 다시 원본작업을 해야 한다.

상황이 이쯤 되자 패치나 업데이트에 대한 문제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손님 입장에서는 서비스 영업 차원에서 PC방이 사전에 준비해놔줘야 한다는 입장과 PC방은 엄연한 PC 시설 제공업이니 만큼 PC를 이용하는 자체 즉 패치는 손님의 몫이라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더욱이 PC방이 온라인게임을 홍보하고 상품성을 연장하는데 주요하다는 사실에서, 게임사들은 PC방에 클라이언트나 업데이트 파일을 사전에 제공하는 것을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온라인게임을 오픈할 당시에는 더욱 집중되어 무료이용이나 경품을 제공하는 사례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온라인게임이 PC방의 주요 콘텐츠로 자리잡은 만큼 PC방에서 사전패치를 통해 영업적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견 설득력이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교통정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고공행진하는 물가와 최저임금으로 아르바이트 근무자 고용이 점차 위축되고 있어 현실적인 인력 여유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출혈경쟁으로 인한 경제적 압박도 한 몫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이제는 원본작업 후 하드카피를 진행하는 것조차도 시간과 인력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최근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슈퍼피방’, ‘하드리스’, ‘게임닥터VOG’ 등 네트워크 PC 솔루션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크게 해결해줄 수 있지만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이 역시도 진입장벽이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피카카피’처럼 무상으로 제공되면서 하드카피를 원격으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은 현실적인 절충안을 선보여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네트워크 솔루션들과 원격 하드카피 시스템이 보급된다 해도 ‘이용은 고객의 몫’이라는 원론 자체가 변하지는 않는다. 더욱이 이제 PC방은 주요 콘텐츠를 온라인게임에서 ‘새로운 것’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려는 움직임이 있기에 게임 패치에 대한 입장이 한층 더 유보적이 되고 있다. 콘텐츠 원저작권자인 게임사의 입장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에서 해방되고 싶다는 의지도 반영된 현상이다.

PC방 업계는 한국인터넷문화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이사장 최승재) 등을 필두로 국책사업 중 하나인 스마트워크센터를 PC방과 접목시키기 위해 지난해부터 다방면으로 활동해 왔고, 최근에는 행정안전부에서 PC방을 스마트워크센터의 주요 파트너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기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쯤되자 일부 PC방 업주들은 벌써부터 스마트워크센터를 도입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가 하면, 가맹이나 클라이언트 설치 등 게임에 대한 비중을 낮추는 모양새도 보여지고 있다.

PC방의 주요 콘텐츠가 온라인게임만 존재하는 경우와 국책과제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는 입장이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스마트워크센터 기능을 품은 PC방에 와서 ‘패치’를 운운하는 경우도 크게 줄 것이며, PC방 업주가 이를 제공해주더라도 이전보다는 훨씬 시간과 노력을 적게 들여도 되게 바뀌게 될 것이다. 이제는 공정거래 속에서 건강하게 내년 6월 8일을 맞이하는 희망찬 꿈을 꾸어야할 때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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