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8월호(통권 26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 업주들은 "왜?" 온라인게임 가맹요금이 부당하다 주장하는가

PC방과 게임사와의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PC방과 게임사는 국내 게임 산업이라는 큰 틀에서는 파트너 관계에 놓여 있다. PC방은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인프라를 조성하고 게임사는 콘텐츠를 제작해 공급함으로써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PC방과 게임사의 갈등의 주된 원인은 PC방 가맹요금이다. 현재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상용화 게임 중 PC방 가맹요금제를 운영하는 게임은 보드게임까지 개별로 포함해 약 127개다. 정량요금과 정액요금을 포함한 전체 게임의 시간당 가맹요금은 약 190원이다.

전국에 PC방을 15,000개로 집계 했을 때 PC방에서 연간 게임사에 가맹요금으로 지불하는 비용은 2,000억 원이 넘는다. PC방의 시장 규모는 약 1조7,601억 원이다. 전체 매출의 약 12% 가량이 온라인게임 가맹요금으로 지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게임 가맹은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 PC방 업주가 선택하는 것이다. 비용이 비싸다고 생각되면 가맹을 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PC방 프리미엄 서비스라는 혜택이 부과되면서 비가맹 PC방과 차별이 발생해 다른 가맹 PC방과의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일부 게임은 가맹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해당 PC방 IP에 대한 게임접속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이 같은 게임사의 정책과 PC방의 현실적인 문제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PC방 업주들은 게임사의 가맹요금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PC방 가맹 시스템은 언제 만들어졌나?
PC방이라는 업종이 처음 국내에 출현할 당시에는 게임 가맹요금이라는 것이 없었다. 다만, <스타크래프트>와 같이 CD를 구매해야 하는 게임의 경우에는 저작권 문제로 인해 IP만큼의 CD를 구매하고 CD-Key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유일했다.

게임사와의 갑을관계도 전혀 달랐다. 현재는 PC방이 소비의 주체로서 사회적으로는 갑의 위치에 있는 것이 맞지만, 게임사의 규모가 커지지면서 PC방은 오히려 을의 위치로 주객이 전도되어 있다는 것이 업계 분위기다. PC방 산업 초기에는 정 반대의 입장이었다.

당시에는 PC방이 블루오션 시장으로서의 가치로 창업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게임 산업은 태동기에 접어들 당시였기 때문에 PC방을 찾아다니며 게임 설치 및 자사 게임의 홍보에 열을 올리던 때였다. 당시만 해도 PC방 가맹요금이 생길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현재 PC방 업계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사실은 처음 PC방 가맹요금 제도를 도입한 게임이 2001년 당시 <포트리스2블루>라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 업계에서는 PC방 가맹요금 시스템이 처음으로 논의된 시기를 1998년도로 보고 있다.

시스템에 대한 논의를 처음 제안한 쪽도 게임사가 아닌 PC방 업주라는 것이 정설이다. 다른 PC방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서울에서 PC방을 운영하던 한 PC방 업주가 게임사에 월 단위의 고정비용을 지출하겠다는 제안을 하면서 아이디어가 제공됐다.

최종소비자보다 비싸게 적용되는 가맹요금
PC방 가맹 시스템에 대한 제안이 PC방 업계에서 먼저 나왔다는 점은 둘째치고라도 <포트리스2블루>가 PC방 업주들의 격렬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가맹요금 시스템을 처음 도입해 정착시켰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당시 <포트리스2블루>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번졌다.

이후 다양한 게임사에서 PC방 가맹요금제를 도입하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은 시범공개서비스(OBT) 이후 상용화를 시작하면 PC방 가맹 시스템을 적용한다. 시스템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다양한 요금제가 선보여졌다.

게임사에서 PC방에 가맹요금을 요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사의 게임 저작물을 통해 PC방이 영업이익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PC방 업주들은 게임사의 가맹요금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주장한다. 개인유저와의 차이가 이유다.

현재 PC방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블레이드앤소울>은 PC방의 경우 시간당 약 229원, 개인 유저의 경우 시간당 약 113원이다. 최고 할인율을 적용하면 개인 유저는 69,000원에 90일 이용권을 구입할 수 있고, PC방은 990,000원을 결제하면 1,098,900코인을 얻는다.

<디아블로3>는 차이를 더욱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개인유저는 55,000원의 디지털 다운로드를 구매하면 아무런 제약 없이 언제나 이용 가능하다. 하지만 PC방은 가장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더라도 시간당 203원의 가맹요금을 서비스가 중단될 때까지 지불해야 한다.

<블레이드앤소울>과 <디아블로3>로 PC방과 게임유저의 차이를 설명했지만, 다른 모든 게임사의 요금제가 이와 유사하거나 그 이상이다. PC방에는 가맹요금을 받으면서도 개인유저에게는 무료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캐시아이템 판매를 통한 수익구조를 가져간다.

“세상에 이런 유통구조가 어디 있나?”
PC방 가맹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시장경제에서의 유통 구조와 유사하다. 게임사는 PC방이 자사의 저작물을 통해 영업이익을 얻고 있다는 이유에서 가맹요금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최종 소비자는 PC방을 찾는 손님이다. PC방은 흔히 말하는 소매점에 해당되는 것이다.

현재 시장경제에서의 유통구조는 제조, 유통, 최종 소비자의 단계를 거친다. 제조와 유통, 유통에서 최종 소비자의 단계까지 사이에는 유통단계가 더 추가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제조, 유통, 최종 소비자의 단계는 시장경제 논리에서의 기본적인 유통 구조다.

이를 PC방에 접목할 경우에는 게임사는 제조에 해당되고 PC방은 유통에 해당된다. 최종 소비자는 물론 PC방을 찾는 손님이다. 유통 단계를 거치면 가격은 상승하기 마련이다. 유통 거래 과정에서 마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PC방 가맹시스템은 반대다.

최종 소비자보다 PC방 업주가 지불해야 하는 돈이 더 비싸다. 이와 같은 유통구조는 시장 경제에서 찾아보기 힘든 유통구조다. 유일하게 비교될 수 있는 분야는 주류업계다. 주세법에 따라 최종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가격과 중간 소매점에 유통되는 가격이 다르다.

이는 주류를 판매하는 업소에 사회적 통념상 세금을 더 부과하도록 하는 주세법에 따른 유통구조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일반 소비자가 구매하는 주류 제품의 가격보다 술집에서 판매되는 주류 제품이 더 비싼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PC방과 같은 경우에는 세금 부과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PC방 업주들은 가맹시스템 자체가 기형적이라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유사한 형태의 유통구조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PC방 업주들은 가맹요금이 비싸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기형적인 유통구조, 파트너쉽 실종의 원인
PC방 가맹 시스템은 국내에서만 유일하게 정착되어 있는 산업구조다. 무형의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개념으로만 산업 구조가 설명되기 때문에 음악, 영상 산업과도 비교된다. 하지만 최종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형태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비교 대상으로는 부적절하다.

사실 PC방의 정확한 개념은 시설임대업으로부터 출발한다. PC방을 찾는 손님에게 PC를 임대해 주고 그에 따른 비용을 받아 영업이익을 올리는 것이다. 보다 정확한 영업형태는 렌트카와 같은 렌탈 시스템과 가장 흡사하다. 문제는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개념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PC방 업주는 콘텐츠에 대한 접근 자체가 차단되어 있다. 게임사 약관에는 2차 가공은 물론, 따로 유통해 수익구조를 형성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유형이든 무형이든 유통구조의 단계를 거치면서도 콘텐츠에 대한 접근이 원천 봉쇄되어 있는 것이다.

현재 PC방과 게임사의 관계는 기형적이다. PC방 가맹 시스템은 시설을 임대한 손님이 콘텐츠를 이용할 경우 해당 콘텐츠에 대한 비용을 PC방 업주가 대신 지불해 주는 구조다. 이와 같은 구조 속에서도 최종 소비자 공급 가격보다 PC방 가맹요금이 더 비싸다.

더구나 PC방 업주가 콘텐츠에 대한 비용을 게임사에 지불했다고 하더라도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무형이든 유형이든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소비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PC방 업주들은 “눈 먼 돈이 나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치며…
PC방과 게임사의 끊이지 않는 갈등은 바로 이와 같은 가맹 시스템을 PC방 업주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PC방 업주들은 게임사에서 추진하는 모든 PC방 정책에 대해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수준을 넘어 피해의식까지 지니고 있다.

특히 오과금 문제는 시한폭탄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애초부터 PC방 가맹 시스템이 불합리하게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업주들에게는 꺼진 PC나 다른 게임을 이용하는 중에도 정량시간이 차감되는 오과금 사태를 경험하자 게임사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PC방 업계 관계자들은 PC방과 게임사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에서 PC방 가맹요금의 적정성, PC방 프리미엄 혜택에 대한 기준, IP 차단 정책에 대한 법리적 해석, 콘텐츠 접근 여부, 2차 가공 여부, 정량시간 차감에 대한 기준 등 업계발전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는 국정감사때 PC방과 게임사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나타내 왔다. PC방 업주들 역시 PC방과 게임사가 공동으로 참여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질서가 확립되고 불신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을 나타냈다. PC방 업계에서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타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실제 PC방 업계와 게임사의 입장이 적극 반영된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면 관계 개선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게임 산업의 활성화 차원에서도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PC방과 콘텐츠를 제작하는 게임사의 협업은 시너지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갈등과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한 공론화가 언제쯤 진행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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