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동안 용산 전자상가에서 조립PC와 모니터 도매업체에 근무해 온 김씨(가명, 31세)는 최근 몸담았던 회사들이 잇따라 부도를 맞이하면서 직장을 여러 차례 옮겼다.

지난해부터 극심한 매출부진에 허덕여 왔던 용산 전자상가에 입점한 조립PC 도소매업체들이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의 길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에 따르면 최근 용산 전자상가에서는 오늘 정상 운영되고 있는 업체가 내일 문을 닫고 자취를 감추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상가를 살펴보면 10곳 가운데 2곳은 이미 폐업해 매장 자체가 비어있고, 3~4 곳은 부도직전의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상가 내 분위기가 흉흉하다. 김씨와 같이 도매업체에 근무하는 종사자들은 본인의 영업이익에 따라 월수입이 결정되는데, 보통 납품대금을 여신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아서 물건을 납품했던 업체가 자취를 감추면 월급을 못 받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용산 전자상가에서 김씨와 비슷한 형태로 근무하는 종사자들은 365일 출근해 거래했던 업체들이 혹시나 부도가 나서 자취를 감추지는 않을까 감시하고 있다. 더구나 거래선을 잃지 않기 위한 싸움은 더욱 치열해 납품 가격을 낮추는 출혈경쟁도 심화되고 있어 어려운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발생한 ‘태국 홍수’로 하드디스크 시장이 위축되면서 그 여파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며 “인터넷 판매를 통한 소매업에서 성공한 업체들은 아직까지 건재하지만 그나마도 상위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고, 용산에 남아 있는 업체 중 상당수가 극심한 경영악화를 겪고 있다”는 말로 어려운 업계의 현실을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용산 전자상가의 수익형태는 인터넷 판매, 오피스 기업 고객, PC방 시장 등이 주류다.

용산 전자상가의 이 같은 분위기는 PC방 업계의 입장에서 업체 간 치열한 경쟁으로 PC 판매 단가 하락 등이 기대되지만, 서비스 품질에 있어 하향평준화는 물론 A/S자체가 불가능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용산 시장의 흐름에 따라 PC방 업계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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