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문화재단(이사장 김종민)이 주최하고 (사)문화사회연구소(이사장 원용진)가 주관하는 게임 심포지엄, ‘나는 게임이다’가 21일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엘타워에서 열렸다.

‘게임의 사회적 문화적 위상제고를 위한 심포지엄’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날 행사에는 관련 분야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게임의 사회적 위치를 조명하면서 향후 발전적인 정책 마련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총 4개의 발제로 구성된 이번 심포지엄은 각 발제가 종료됨과 동시에 주제별 토론의 시간을 가져 패널들은 서로의 견해를 나누기도 하고, 발제를 보충하기도 했다.

게임문화재단 김종민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게임은 여가활동의 중요한 영역이자 문화산업의 핵심 콘텐츠라고 할 수 있지만 게임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나 사회적 이해는 초보적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며 “따라서 게임 문화에 대한 사회적 담론의 확산은 중요하다. 이번 심포지엄이 게임의 의미와 가치를 사회문화적 접근, 매체적 접근, 교육공학적 접근, 문화정책적 접근의 출발선이 되었으면 한다”라며 이번 심포지엄의 취지를 전했다.

첫 번째 발제는 ‘새로운 게임문화정책을 위한 제언’이라는 주제로 문화연대 대안문화센터 정소연 팀장이 진행했다. 정팀장은 청소년들이 배제된 청소년 보호 정책을 쏟아낸 정부를 비판했다. 청소년 보호라는 명목 하에 여성가족부에서 각종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책들의 효과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평가 자료가 없다며, 통제와 규제로 얼룩진 청소년 정책은 있지만 막상 청소년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 팀장과 토론을 진행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이광석 교수는 “청소년 게임 통제라는 비이성적 ‘사태’는 학교폭력에 대한 정부와 언론의 이상 과잉 대응 현상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 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할만하다”며 “정권 말기 들어 터져 나오는 다양한 정치사회적 안건들을 압도하고 있다. 또, ‘불순한’ 문제아들을 솎아내기 위해 정부가 벌이는 성전(聖戰)으로 격상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발제는 대구가톨릭대학교 언론광고학부 박근서 교수가 진행했고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윤태진 교수와의 토론으로 이어졌다. ‘SNS 혁명과 게임 환경의 변화’라는 주제로 진행된 발제는 게임과 소셜 미디어의 혼합에 주목했다. 박 교수는 소셜 미디어가 지닌 사회성과 게임이 지닌 접근성이 만났을 때 거대한 사회적 파급력이 생성된다고 강조했고, SNS 환경 속에서 게임은 미디어이자 동시에 콘텐츠로써의 속성을 갖게 된다며,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게임은 플레이하는 것이라며 플레이는 ‘놀이’라는 뜻 외에도 연주, 구사라는 의미가 있다”며 “사회와 개인이 게임을 어떻게 플레이할 것인지 결정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게임의 커다란 파급력만큼 달라질 것”이라며 게임에 대한 진지하고 발전적인 접근을 요구했다.

세 번째 발제는 ‘게임은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가 진행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게임 관련 연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으면서 규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 발표를 시작해 물어 발제의 방향을 예고했다. 그는 미국의 게임교육 공학 연구 사례를 소개하면서, 미국에서는 학교폭력의 원인을 문제 학생을 돌보지 못한 교육제도의 허점에서 찾는 것으로 청소년 정책의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사회문제의 원인을 지적하려면 객관적, 실증적 연구라는 토대 위에서만 가능한데, 연구는 커녕 연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조차 형성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라며 “게임 연구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갖고 지원해 줄 것”을 정부에 주문했다.

아울러, 교과서는 완결된 텍스트로써 학생이 수정할 수 없지만 게임은 플레이어가 완성해나가는 열린 텍스트라면서 게임에서 미래 교육의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게임을 활용해 훌륭한 교육적 효과를 거둔 미국 학교의 사례를 전하고, 이러한 실험적, 장기적 연구에 정부와 일선 학교가 적극 협조한다며 연구자로서의 아쉬움도 드러냈다.

   

‘게임의 사회적 가치와 게임문화 연구의 미래’라는 주제의 네 번째 발제는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박태순 겸임교수가 발표했다. 박 교수는 “최근 우리사회가 게임을 대하는 모습은 미쉘 푸코가 그의 저서 ‘광기의 역사’에서 묘사한 것처럼 사회가 광인을 정의하고 이들을 타자화하는 과정을 연상시킨다”며 “나는 연구자지만 게임에 대한 가치와 기능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왜냐하면 공부할 자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의 게임의 빠른 속도로 그 모습이 변하고 있으며 특히, 문화로써의 게임을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영원히 게임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와 토론을 진행한 기술미학연구회 김상우 연구원은 “모 언론의 비이성적인 사이비 담론이 과학적 정론으로 탈바꿈해 정책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고 있어 당황스럽다”고 밝히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게임을 유용하지 않은, 무가치한 소비문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게임 업계가 이런 주장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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