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로 큰 몸살을 앓고 난 후, 당사자인 도박장은 물론, 유사 사행성 PC 도박장을 했던 곳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주택가이건 번화가이건 상관없이, 화려한 간판으로 행인들을 유혹하던 도박장 및 사행성 PC 도박장은 검경의 치밀한 단속과 언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 몇몇 음성적인 곳은 제외하더라도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대로변에서의 사행성 분위기는 사라졌음을 피부로 실감할 수 있다.

다른 사업을 꿈꾸거나 PC방을 운영하다가 큰 수익이 보장된다는 말에 솔깃해 사행성 PC 도박장을 운영했던 곳들도 문을 닫고 다른 사업으로 전환, 또는 PC방으로 회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이하 인문협)가 벌여왔던 사행성 퇴치 운동도 더 이상 지속의 의미가 사라졌다.
이런 분위기는 PC방 업계에 나쁘지는 않은 것이지만, 이와 상관없이 PC방 업주들은 요즘 긴 한숨을 고르고 있다. 이는 전체적인 자영업의 불경기와 PC방 자체의 수익 악화의 상황 때문이다. 수도권의 PC방을 돌아다니다 보면 여전히 많은 손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곳도 있는 반면, 또 어떤 곳은 들어서자 마자 썰렁한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한다.

손님이 없는 곳은 운영의 위기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손님들이 많아 보이는 곳도 실제 업주와 이야기를 해보면, 예전에 비해 수익이 많이 악화되었다는 푸념을 한다. 이러한 PC방 수익악화는 인테리어 리모델링, PC 업그레이드의 기로에서 ‘영업을 계속해야 하나’ 하는 업주들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수익악화가 원인이 되어 올해 초에 사행성 PC 도박장으로 어쩔 수 없이 돌아선 곳도 많다.

수익 악화의 원인을 찾아보면, 매출이 오르기는커녕 내리는 상황에서 지출비용이 점점 늘어나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한 PC방 업주는 “업그레이드, 리모델링에 따른 감가상각비까지 계산하면, 작년에 비해 지출되는 비용이 많게는 30~40 퍼센트 정도가 늘어나고, 수입은 늘어나는 비용만큼이나 줄었다”고 울상이다. 일용직 근로자의 최저 임금제로 인한 인건비 부담, 각 게임사들의 유료화 진행 등이 비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게임사들은 오픈베타 기간이 짧게 잡고 유료화 시작 시점이 빨라지면서, 손님들이 유료 게임을 하는 비율이 높아진다. 따라서 매달 고정 게임비 지출이 만만치 않다.

정부에서는 PC방에 대한 법령을 자주 바꿈에 따라 이를 따르기 위한 갑작스런 인테리어 변경 비용 등도 PC 업주들에게는 목돈이 들어가는 커다란 비용 지출 중 하나이다. 또한 전용선 사용료도 매달 꼬박꼬박 내는데도 할인 혜택이 전혀 없다.
수입이 줄어든 것에 대해 서울의 한 PC방 업주는 “이 지역은 주택가 지역과 학원, 학교들이 밀집해있어 교육열이 대단히 높다. 특히 교육부에서 입시제도가 달라지거나 변화가 생기면, 학부모들이 PC방에 가는 자녀 단속을 더욱 철저히 한다”며, 낮 손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생 손님들의 발길도 많이 끊어졌다고 한다. 성인 손님들도 전체적인 체감경기가 나빠지면서 가장 적은 비용으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PC방을 외면한다는 것이다.
문제가 되었던 사행성 PC 도박장으로 전업한 업주들에 대해 건전 PC방 업주들은 이해가 된다는 쪽의 의견을 보인다. 한 PC방 업주는 “본인도 외부에서 그러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흔들린 것은 사실이다. 그나마 약간의 여유(?)가 있어서 전업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양심을 팔면서까지 왜 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인문협에서는 지속적으로 PC방의 안정적인 수익에 관해 지속적으로 노력은 하고 있으나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는 없다.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다는 조합형태의 PC방협회는 비즈니스 부분에 가장 큰 목표를 둔다고 한다. 그만큼 수익 개선의 과제가 많은 업주들이 바라는 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다. 수익 악화가 계속 되면 될수록 업주들은 초조해지고 다른 사업으로 전환, 또는 제 2의 사행성 PC 도박장과 같은 업종으로 갈 수밖에 없다. PC방 수익 개선은 한 두가지 문제가 해결되어 이루어질 것은 아니다. 가장 밀접한 게임 업계와 정부의 철저한 법령 구비 등의 구조 개선의 노력이 다각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PC방이 한국의 게임산업 발전의 최전방에 있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지금의 상황을 외면한다면, 최전방은 무너질 것이다. 최전방이 무너지면 후방도 안전하지 못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이러브PC방] erickim@com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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