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밤늦은 시각, 두 방송사에서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바다이야기’ 관련 토론이 동시에 나오고 있었다. 도박장의 처음부터 지금까지의 행적, 관련 정부기관, 관련 위원회에 대한 내용이 토론 참가자들의 열띤 토론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의 과정과 앞으로의 대처방안까지 전반적인 바다이야기의 내용을 알려주고, 각 부문에서의 대처방안을 미리 짐작할 수 있는 토론이었다. 토론을 통해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인터넷 등의 미디어에서 나오는 부분적인 가십 기사에서 혼동의 오해가 있을 수 있는 것이 토론자들의 대화를 통해 풀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토론회가 마무리되어가는 과정에서 성인오락실에 관련되어 사행성 PC 도박장에 관한 내용이 잠깐 언급되었다. 앞에서의 바다이야기와는 달리 사행성 PC방 부분에서는 토론자들이 미처 준비를 못했는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이 발표되기도 했다. 그 전 토론까지는 대립을 보이던 여?야 국회의원 참가자도 사행성 PC 도박장 부분에 관해서는 결론과 대처방법에 맞장구를 치는 양상이었다.

사행성 PC 도박장에 대한 토론도 바다이야기와는 뗄 수 없는 내용이긴 하지만, 토론자들의 준비가 미흡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해당 방송사의 프로그램 안내 자료에도 사행성 PC 도박장 부분은 빠져있었다. 미리 준비를 하고 토론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현재 PC방의 수, 사행성 PC방을 단속하는 방법, 현 PC방에 대한 관리 부분에 대해서도 안건이 나오고, 그 안건을 토론하는 식의 프로그램이었어야 했다. 잠깐 소개하는 정도에 그쳐버려, 자칫 일반인들이 PC방에 대해 부정적 거부감만 더할 소지가 다분했다.
앞으로의 사행성 PC 도박장 출현을 막고, 도박 게임을 처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현 PC방의 등록제로의 전환, 도박을 포함한 불법 게임의 차단 프로그램 설치를 주장한 한 국회의원의 발언은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 등록제를 통해 PC방을 관리하려는 의도는 알지만, 관리 주체가 어디며, 전국 2만여 곳이나 되는 업소를 관리한다는 실효성이 문제다. 차단 프로그램만 있으면, PC에서 불법 게임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듯이 생각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현재 인터넷상의 도박을 포함한 악성 바이러스, 유해 사이트 차단을 완벽히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없다. 소비자와 바로 연결되는 최전선에서 차단 프로그램 설치라는 수동적 대처보다는 불법 프로그램을 생산하는 업자들을 앞서서 단속하는 능동적인 대처가 올바른 방법일 것이다.
미처 준비를 못했거나 해당 전문가를 토론자로 데려오지 못했다면, 다른 주제를 덧붙일 것이 아니라 아예 빼거나, 다음 방송에서 따로 다루는 것이 옳았을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최근 사건에 대한 이해를 돕는 소중한 토론이었지만, 미비한 준비가 다른 오해를 가져올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렇듯 오해를 가져올 수 있는 PC방에 대한 업계의 입장을 듣는 계기가 있었다. 본지에서 이번에 탐방한 한 회사의 임원은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해외 업체를 설득할 때, PC방에 관련된 내용을 알린다고 한다. PC방 관리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 회사는 수출대상 외국기업에 국내 PC방에서 자사의 프로그램 점유율이 60퍼센트에 이른다고 하면, 상대방이 고개를 끄덕인다고 한다. 그만큼 국내 PC방에 대한 외국기업의 인지도가 상당히 높다. 이 임원은 해외에서는 한국 PC방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어떻게 국내에서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지 매우 안타깝다고 애석해했다.
국내 인터넷 인프라는 어느 나라에 내놔도 손색없을 정도다. 외국의 유명 게임회사들은 한국에서 성공하면, 세계시장에서 통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제품 출시를 한국에서 제일 먼저 하기도 한다. 게임사는 물론 하드웨어 제조사도 한국을 시험무대로 삼아 한국지사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곳도 있다. 양질의 인터넷 전용선의 보급, 가정에서의 고속 인터넷 실현과 함께, 그 인프라의 한 가운데에 PC방이 있다. 국내의 2만여 PC방은 전국 어느 곳에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정보의 바다(인터넷)에 쉽게 접속할 수 있어 인터넷 인프라의 선봉이자 IT 산업의 최전선에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반면에 무슨 사건이나 사고가 생기면 종종 등장하는 PC방, 직접적인 근원지도 아닌데 여론의 뭇매를 맞아온 PC방. 도박장의 대명사로 지칭되는 ‘바다이야기’로 인해 PC방 업주들은 자신들에게 그 피해가 올까 전전긍긍이다. 10월 28일부터 시행될 ‘게임산업진흥법’도 바다이야기의 여파로 단속과 제재만 가하는 ‘진흥’이란 이름이 무색할 법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번 바다이야기는 도박장의 자체 문제와 정치권의 개입으로 인해 수사의 범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바다이야기의 사행성과는 전혀 무관하게 정상적으로 영업을 해온 PC방이 새롭게 국민들에게 인식되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여러 요인으로 인한 매출 감소의 위기를 맞고 있는 PC방 업계가 다시 설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문협은 물론, PC방 업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반인들이 잘못 인식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알리고, 정부나 국회에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 올바른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도록 모두가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해외에서는 PC방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어떻게 국내에서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지 매우 안타깝다

김범수 기자 erickim@com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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