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2층에 위치한 메모리 PC방은 매일 총소리와 폭발음, 환호와 탄식이 끊이질 않는다. FPS에서 총 좀 쏜다고 자부하는 고수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이곳 PC방을 찾는다.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FPS 마니아들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구축해 다른 PC방과 차별화한 메모리 PC방, 그곳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 “FPS에 특화된 PC방이에요”.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 홍보

본격적인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던 7월 어느날, PC방 탐방 대상을 물색하던 중 한 인터넷 FPS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자신의 PC방을 홍보하는 게시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게시물 내용에 따르면 해당 PC방은 FPS에 특화된 PC방으로 FPS 고수를 위해 다수의 CRT 모니터를 사용하고 있으며, 클랜에서 단체로 이용할 경우 임대도 가능하다는 것. 상당한 의욕과 자부심(?)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즉시 연락을 취하자 바로 탐방 일정까지 일사천리로 확정지을 수 있었다. 그리고 탐방 당일,1호선 가능역 인근 ‘구 한전 로터리’에 위치한 메모리 PC방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유는 멀리서부터 보이는 건물 외벽의 ‘의정부 최고의 FPS PC방’이라는 플랜카드가 눈에 확 띄었기 때문이다.

   
▲건물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대형 플랜카드
     

>>> FPS 마니아들만의 비밀 아지트 컨셉 PC방?

근처에서 통화를 하자 입구로 마중을 나온 메모리 PC방 전창헌 사장님은 딱 보기에도 무척 젊어보였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매장 안으로 함께 대피했다. 슬쩍 살펴본 메모리 PC방은 입구부터 매장 인테리어까지 일반적인 PC방과는 무언가 다른 강렬한 포스(?)가 느껴졌다.

   
 ▲ 전창헌 업주(25/좌), 하현강 업주(25 /우)

건물에 내걸린 플랜카드 이외에 출입문과 간판 등 외부로 보이는 장식은 최소로 한 듯 보였다. 또 매장 실내 역시 마찬가지로 조명은 어둡지 않다고 느낄 정도였으며 벽면은 전체적으로 검은색 도료로 칠해져 있었다. 마치 테러리스트들의 비밀 아지트 같은 느낌이랄까?

시원한 음료수를 건네는 전 사장님과 함께 카운터 옆 휴게공간에 대충 비어있는 자리에서 의자를 당겨와 자리를 잡고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했다.

   
 ▲ 흡연석과 비흡연석은 벽으로 완전히 구분되어 있다

>>> 요즘 CRT 모니터 구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 수준

전 사장님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최고의 FPS PC방으로 꾸미기 위해 마련한 메모리 PC방만의 차별화 전략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FPS를 위한 가장 큰 특징은 CRT 모니터였다. 전체 38대 PC중 20대를 CRT 모니터로 구성해 FPS 유저들을 배려한 것이다. 실제 FPS 마니아들을 위한 전용 키보드와 마우스, 헤드셋까지 구석구석 모든 요소들은 FPS에 최적화 되어 있었다.

   
 ▲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는 책상을 제공하고 있다

전 사장님은 “초기에 FPS 유저들만을 위한 전용 PC방으로 운영할까도 생각했었지만 CRT 모니터의 수급이 어렵고 원활한 PC방 운영을 위해 LCD 모니터를 배치하며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CRT 모니터를 구입하는 과정은 무척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창업 초기 CRT 모니터를 구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어렵게 구입한 모니터가 한달도 안되어 망가지는 어려움도 여러차례 겪었다.

현재 메모리 PC방이 보유하고 있는 CRT 모니터는 삼성, LG 제품으로 2006~2007년 생산된 제품들 위주이며, 국내에 남아있는 가장 최신의 CRT 모니터 제품군이다. 구입비용은 최신 LCD, LED 제품에 비해 저렴하지만 고장이 발생할 경우 A/S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리에 많은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 젊은 열정과 혼신의 노력을 모두 담아낸 PC방

전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뜨거운 열정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궁금한 마음에 나이를 슬쩍 묻자 25살이라는 전 사장님의 대답을 듣고서 잠시 귀를 의심했다. 약 2년전 PC방을 개업했다고 말했으니, 23살 때부터 PC방을 차려 운영해 온 것이다.

   
▲ CRT 모니터에는 대부분 FPS 유저들이 앉아 있었다

나이를 듣고 다시 살펴보니 메모리 PC방은 구석구석 젊은 열정이 배어있었다.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선호할만한 넓은 자리 배치와 불필요한 요소들을 과감히 배제하고 게임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머, 다소 투박해 보이지만 FPS 마니아라면 한번쯤 찾아오고 싶도록 만드는 특별한 매력이 있었다.

특히 응집력과 단결력이 강한 FPS 클랜의 특징을 젊은 사장 특유의 포용력으로 모두 담아내고 있었다. 실제 의정부에 FPS PC방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부산에서 직접 찾아온 클랜원이 있었을 정도다. FPS 마니아들의 게임에 대한 열기와 젊은 PC방 사장님의 뜨거운 열정 잘 어우러져 나타난 현상이 아닐까!

   
 ▲ FPS 마니아를 위한 별도 마우스와 키보드 제공

>>> 대표 FPS 게임 ‘서든어택’ 캐주얼한 온라인 FPS의 정점

메모리 PC방에서는 손님의 대부분이 <서든어택>을 즐기고 있었다. 실제 전 사장님도 <서든어택> 준장 계급으로 상당한 실력자였다. <서든어택>에 대한 애정이 깊은 만큼 최근 <서든어택>이 최근 퍼블리싱 권한을 두고 혼란스러웠던 과정에서 빚어진 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표출했다.

현재 넥슨과 넷마블이 공동 퍼블리싱하면서 클랜 정보가 서로 호환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으며, 점검 시간도 길고 패치가 잦아 페이스가 끊겨 답답하다고 전했다. 또 넥슨에서 PC방 서비스를 담당하게 된다는데 요금제는 정량제가 될 것으로 예상하며, 50대 규모의 중소규모 PC방에서는 정량제가 현실적인 요금제가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탐방을 진행하는 도중에도 총소리와 폭발음은 계속 끊이지 않았으며 팀의 승패에 따른 환호와 탄식이 이어졌다. 이처럼 FPS 마니들에게 이곳 PC방이 선호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봤다. CRT 모니터가 있기 때문일까? 아니다. FPS 마니아들이 선호하기 때문에 전국을 돌며 CRT 모니터를 마련했고, 손님들과 호흡하며 온라인,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두발로 뛰며 홍보하는 열정이 FPS 마니아들에게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은 아닐까!

   
▲ CRT 모니터는 FPS 유저들에게 인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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