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대수 25대, 초소형 PC방이 살아남는 법”

최근 PC방이 대형화 추세가 있다는 점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한민국 게임백서 등 각종 통계지표에서도 PC방의 PC 대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PC 대수 50대 미만으로 신규 PC방을 창업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PC방이 이처럼 대형화 추세에 있는 이유는 만연한 출혈경쟁이 한 몫하고 있다. 초대형 PC방이 PC 이용요금을 500원 이하로 낮추는 경우가 흔하다 보니,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PC 대수를 늘려 나갈 수밖에 없다. PC 대수가 곧 경쟁력인 셈이다.

출혈경쟁이 발생하면 PC 대수가 많은 쪽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PC 대수가 20여대 안팎에 불과한 소형 PC방들은 점차 자취를 감추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PC 대수가 30대 미만이면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초소형 PC방 중 한 곳이라고 평가받는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E3 PC방은 PC 보유 대수가 25대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영업환경이 열악하거나 적자를 보고 있지는 않다. 최근에는 PC 업그레이드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기도 했다. 중대형 규모의 PC방과 비교하면 오히려 지출 대비 수익률이 더 높을 수 있다.

사실 PC 대수가 25대에 불과하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당시에는 운영자체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E3 PC방은 적은 PC 대수에도 운영이 가능한 최적의 조건들을 갖추고 있었다.

   

종로3가 상권과 탁월한 입지조건
현재 E3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경훈 사장은 지난 2009년 7월에 현재의 매장을 인수하면서 PC방을 창업했다. 기존 PC방을 인수할 때에는 아무래도 상권과 입지조건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김 사장에게는 E3 PC방의 입지조건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기본적으로 E3 PC방은 평수 자체가 협소하기 때문에 PC 대수가 25대에 불과하다. 욕심을 부려 PC 대수를 늘리고 싶어도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이 E3 PC방을 인수한 이유는 서울에서도 유동인구가 많기도 소문난 종로라는 상권 때문이다.

E3 PC방의 앞뒤로는 종로3가 지하철역 출구가 위치해 있고, 출입구도 건물 앞뒤로 있다 또 바로 옆에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위치해 있다. 뿐 만 아니라 종로5가에서 3가로 오는 방향에서 첫 번째로 마주치는 PC방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단독 상권이다.

김사장이 처음 PC방을 오픈할 당시에는 인근에 2개의 PC방이 존재했다. 최근 한 곳은 폐업을 했고, 다른 한 곳은 업종을 변경했다. 의도하지 않게 단독으로 상권을 독점하게 됐다. 큰 도로를 건너면 PC방이 더 많지만, 아예 다른 상권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영향은 없다.

   
  ▲ E3 PC방의 인근에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있다  
   
  ▲ 소형 PC방이지만 출입구가 2개다  

초소형 PC방인 E3 PC방이 살아남는 법
아무리 단독 상권이라고 해도 PC 대수가 25대에 불과해 수입이 크지 않기 때문에 지출이 많은 PC방 업종의 특성상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할지 궁금했다. 물론 이러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E3 PC방의 시간당 PC  이용요금은 1,500원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출혈경쟁으로 인해 PC 이용요금을 500원으로 인하한 PC 대수 70대 규모의 PC방과는 동급의 영업환경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독점 상권으로서의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다. 오히려 지출 대비 수익률을 따지면 PC 대수 70대 규모의 PC방보다 경쟁력에서 앞선다.

E3 PC방의 한 달 운영비용은 생각보다 적게 들어간다. 게임비용도 일반적인 PC방에서 지출하는 수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0만 원 수준이다. 상권의 특성상 유료게임을 이용하는 비중이 적다. <아이온>과 같은 경우 1년 전 결제한 시간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특히 매출에 있어 상권 덕을 많이 보고 있는데, E3 PC방의 인근에는 회사나 다른 업종의 종사자들이 많다. 이 때문에 각종 프린트, 스캔 등 문서작업을 하기 위해 방문하는 손님들이 많은데, 하루에만 이 같은 부가수익으로 3만 원 가량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 ‘식파라치’ 파동 이후 봉지라면, 핫바, 햄버거, 단무지 등의 판매를 중단했다  

E3 PC방의 고충, 독특한 운영방법
E3 PC방이 이용요금을 1,500원으로 책정해 운영하고 있지만, 사실 인근에 종로2가 상권에는 1,800원, 2,000원을 받는 PC방들도 많다. PC 사양의 낙후, 구식 인테리어, 불친절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도 최대 유동인구를 자랑하기 때문에 고가전략이 먹히고 있다.

E3 PC방도 마찬가지로 고가전략을 구사하는데 있어 별 다른 어려움이 없다. 전국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PC 대수가 적지만, 상권과 입지조건이 받쳐주고 지출마저 적기 때문에 적은 PC 대수로도 충분한 영업환경을 갖추고 있다. 다만 규모가 작아 발생하는 고충도 있다.

보통 PC방을 출입하는 손님들은 옆 사람과 거리를 두려는 경향이 있다. 1번부터 4번까지의 좌석이 있다면, 1번과 3번, 2번과 4번 좌석 순으로 자리가 채워진다. PC방 업계에서는 흔히 이빨이 빠졌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PC 대수가 적은 E3 PC방에서는 치명적이다.

단체 손님이나 커플 손님이 입장할 때에는 이처럼 이빨이 빠진 현상이 발생할 경우 손님들을 되돌려 보내야 한다. 이 때문에 김사장은 손님이 앉을 자리를 미리 안내하고 있다. 특히 PC에 고장이 발생할 경우 영업 손실이 크기 때문에 항시 여유분의 PC 본체를 보관 중이다.

   
  ▲ E3 PC방은 공간 활용성을 위해 PC 본체를 선반위에 두고 있다  

“PC 이용요금을 더 올려봐야죠”

   
  ▲ E3 PC방 김경훈 사장  
김사장은 앞으로 E3 PC방의 이용요금을 더 인상할 계획을 갖추고 있다. 영업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300원을 더 올려 1,800원 수준의 이용요금을 받겠다는 것이다. 다만 회원에게는 PC방 이용시간에 따라 등급을 분류해 순차적으로 1,500원, 1,300원의 요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E3 PC방의 김사장은 “처음 PC방을 인수할 당시에는 매장이 엉망이었다. 종로 상권 자체가 워낙 유동인구가 많고 짧은 시간 이용하는 손님들이 많아 서비스 마인드가 떨어지는 것 같다. E3 PC방은 이와는 반대로 서비스의 질을 높여갈 생각이다. 내년에는 PC 이용요금도 올릴 생각인데, 단골손님들도 있으니 신중하게 접근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김사장은 PC 이용요금 인상과 더불어 샌디브릿지 출시 이후 PC 업그레이드 계획 및 모니터 업그레이드 계획도 설명했다. 인근에 위치한 PC방들이 상권 덕에 낙후된 시설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 편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이는 PC 대수 25대의 E3 PC방이 순탄한 영업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은 비단 상권 덕과 입지조건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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