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한국인터넷PC문화협회(회장 김찬근, 이하 인문협)가 홈페이지를 통해 ‘MS 고소고발에 대한 협회의 입장’을 공지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가 PC방을 대상으로 고소고발을 남발한다는 뉴스가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되자 김찬근 중앙회장이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하지만 공지 내용을 접한 PC방 업주들은 인문협에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인문협 일부 지부에서 공동구매를 통해 윈도우즈7이 판매될 때마다 리베이트를 받는다는 소문이 확산된 상황에서 MS의 PC방 고소고발 사태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인문협은 윈도우즈7과 관련된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동시에 리베이트라는 단어에도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었다. 또 윈도우즈7 판매는 각 지부에서 의례적으로 진행해오던 공동구매의 일환이었으며 판매에 따른 수익은 전혀 없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이후 일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윈도우즈7 판매로 일부 수익은 발생하지만 공익적인 목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고 말을 바꿨다.

지난 9월, 김찬근 회장은 추석 담화문을 통해 협회가 MS 관련 사안에 대해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MS와 공조해 윈도우즈7 구입을 조장하고 있다는 시각을 부정하며, 불법을 조장하거나 묵인할 수 없고, 윈도우즈XP 보유만으로 적법한 사용을 인정해달라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언급했다.

이 추석 담화문은 인문협이 MS 관련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과 소신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추석 담화문은 리베이트를 챙긴다는 소문이 확산되기 전에 작성된 것이고, 최근 공지된 ‘MS, 고소고발에 대한 협회의 입장’에서는 추석 담화문에서 발표한 내용들을 180도 뒤엎는 입장을 보여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MS 고소고발에 대한 협회의 입장’은 어떤 내용?
인문협 김찬근 회장은 이번 공지를 통해 “얼마 전 몇 개 지부의 공동구매로 인한 오해로 협회가 마치 이권을 위해 MS와 PC방용 라이선스를 만들고 단속을 강화한다는 루머들이 있는 것을 접하고 있다”며 “거대 게임업체와 MS 등 큰 기업은 협회나 PC방의 단체 행동을 두려워하거나 필수적인 비즈니스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MS의 무분별한 PC방 고소고발 사태와 관련해서는 “강한 대응을 자제하는 이유는 그렇게 할 경우 협회가 회원사나 업주들에게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잠깐의 인기를 얻을 수 있으나, 이를 믿고 대처를 미루다가 고소고발에 실질적으로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강한 대응 때문에 더 큰 피해를 보거나 합의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 하는 역할마저 못하게 될 수 있어 최대한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공지사항에서는 MS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부분들도 공개됐다. 먼저 윈도우즈7 이전의 윈도우즈XP 홈에디션 버전에 대해 PC방에서 적법한 방법에 의해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 인정해 달라는 것, Rental Right 라이선스와 관련해 윈도우즈7 이전 버전에 대해서는 취득 의무를 철회할 것, PC방 마케팅 계약서와 관련해 불합리한 계약내용을 수정할 것을 요청한다는 것이다. 현재 인문협은 이 같은 내용을 MS에 공문으로 발송했다고 밝히고 있다.

인문협 김찬근 회장은 또 공지사항 말미에서 “내년부터 PC방용 라이선스 판매가 중지 되고 고소고발은 계속될 것”이라며 “이럴 경우 현재의 PC방용 라이선스 가격보다 상당히 높아지기 때문에 가능하면 올해 구매해 단속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MS를 대변하고 윈도우즈7 판매를 촉진시키려 한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으나, 하나의 회원사라도 피해가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욕먹을 각오로 말씀 드린다”고 설명했다.

무능력함 인정하고, 욕은 욕대로 먹고…
인문협의 이 같은 발표에 PC방 업주들은 큰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PC방 대표 단체라고 자처하는 인문협이 잇따라 스스로의 무능력함을 인정하는 내용을 발표하자 당혹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일각에서 리베이트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확산되고, 소극적인 자세가 타 단체의 강경대응과 비교되자 결국 비판 여론을 의식한, 형식적인 발표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김찬근 회장은 지난 추석 담화문에서도 ‘反인문협’ 정서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며 타 단체와 일부 언론사를 공개적으로 비하하는 발언을 했고, 인문협의 정책 결정 시스템이 ‘계획적이지 못하고’, ‘전문적이지 못하고’, ‘신속하지 못하다’고 스스로 인정한바 있다. 이번에도 스스로 영향력이 없음을 인정하고 감정에 호소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공지사항을 발표한 시점에도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인문협의 일부 임원들까지도 MS에 고소고발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당시에도 이 같은 발표는 하지 않았다. 언론사의 보도가 이어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이번 공지사항이 발표되기 수일 전에 타 단체에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MS에 대응하겠다”는 발표가 있었을 뿐이다.

발표한 내용도 많은 PC방 업주들의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추석담화문을 발표할 당시에는 분명 윈도우즈XP 보유만으로 적법한 O/S 사용을 인정해달라고 하는 것은 협회나 PC방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잃을 것이 더 많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번 발표 이후 윈도우즈XP를 인정해 달라는 공문을 MS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황들은 PC방 업주들을 매우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 인문협 김찬근 회장은 MS 고위 간부와 사적으로 친분이 두텁다고 알려져 있다. 그동안 인문협이 MS의 PC방 7.0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 일부 지부에서 윈도우즈7 공동구매를 통해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소문,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다 정책 노선을 급선회 한 점, 스스로 무능력함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 등은 PC방 업주들에게 수많은 의문과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 지난 11월 18일, 인문협 홈페이지에 게시된 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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