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환경개선과 에너지 절약,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지난해부터 PC방 업주들의 큰 관심을 불러 모았던 ‘그린PC방’이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지식경제부(이하 지경부)가 주도하는 정부 차원의 ‘그린PC방 시범사업’이 첫 결실을 맺은 것이다.

2009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기술을 발판으로 첫 걸음을 뗀 그린PC방 사업은 지경부의 적극적인 홍보와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의 합류로 많은 PC방 업주들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얻었다. 하지만 ETRI의 기술 개발 속도가 PC방 업주의 관심과 기대치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사업 자체가 무산될 지경까지 이르렀었다.

많은 잡음과 시행착오 등을 겪으며 PC방 업주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던 그린PC방 사업이 우여곡절을 딛고 다시 일어나 첫 번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대구시 대명동에 위치한 락PC방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락PC방은 그린PC방 시스템을 구축하기 이전에도 대구에서는 나름 유명한 PC방이었다. 계명대학교 부속 건물에 위치해있으면서 PC가 172대로 규모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런 락PC방이 이번에 완성된 그린PC방 시스템을 통해 PC방 업계에서 더욱 유명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최초의 그린PC방으로 PC방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대구 락PC방을 찾아 그린PC 시스템을 살펴보고, 최병렬 사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 락PC방 최병렬 사장

 

▶ 최초의 그린PC방이 됐다. 그린PC방 시스템을 도입하게 된 동기는?
▷ 작년부터 PC방 업계에 화제가 됐었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다. 매장이 워낙 크다보니 특히 여름철에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이 있었고, 손님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도입을 결심하게 됐다.

▶ 그린PC방 시스템을 구축한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 매장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책상위에 PC 본체가 없다보니 전체적으로 공간이 넓어진 느낌이다. 손님들도 책상이 넓어져서 좋아하고, PC에서 나오는 열기와 소음이 없어지다 보니 에어컨 가동이 줄고, 매장도 조용해져 전체적으로 매장이 쾌적해졌다.

   
 

▲ 대구 계명대 앞에 위치한 락PC방

 

▶ 그린PC방 시스템의 장단점을 얘기한다면?
▷ 매장 환경이 쾌적하게 바뀐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사실 그 전에는 PC 소음과 게임 사운드, 담배연기 등으로 매장에 오랫동안 있으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린PC방 공사 이후 매장 공기가 많이 달라지고 소음까지 줄어들다 보니 손님들뿐만 아니라 내 스스로가 만족스럽다. 거기에 전기요금까지 크게 줄어들 것이라 하는데 그건 요금이 나와 봐야 알겠다. 단점은 아직 찾지 못했다.

▶ 그린PC방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한다면
▷ 그린PC방에 관심을 갖고 수소문하다가 소암이앤지의 문영백 이사님을 만나게 됐다. 그 이후로 일이 빠르게 진행됐다. 거의 모든 일을 문 이사님이 주도해서 진행해줬기 때문에 그저 옆에서 지켜보며 의견을 전달했을 뿐 힘든 일은 없었다. 공사를 진행하는 와중에도 영업은 계속했다. 어수선하긴 했지만 영업을 중단하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 시범사업 기간이라 총 비용 중 40%를 지경부가, 대구시가 40%를 지원해줬고 나머지 20%만 부담했다. 이 부분도 소암 문이사님이 알아서 해줬기 때문에 자세히 내용은 모른다. 아직 사업 초기라 부품 값이 비싸기 때문에 적지 않은 금액이 들어갔지만 비용대비 효과 면에서 만족스럽다.

   
 

▲ 카운터에서 한눈에 보이는 그린PC방 시스템(좌), PC를 대신하는 책상위의 Cell PC 장치(우측 상단), 일반 PC 시스템과 다를게 없다(우측 하단)

 

▶ 그린PC방을 계획 중인 PC방 업주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 말 그대로 그린PC방이다. 매장 환경과 소음이 대폭 개선됐다. 아직 전기요금을 내지 않아서 전력절감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부분에 대한 기대도 크다. 찾아오는 손님들도 신기해하고 만족스러워한다. 일단은 성공이라는 생각에 안심이 된다. 그린PC방을 고민 중인 PC방 사장님이 있다면 정부나 지자체 지원이 있을 때 한번 시도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경쟁이 심한 상권에서 차별화를 생각하는 사장님이나 효율적인 공간 활용이 필요한 사장님들께 추천하고 싶다. 정부와 지지체 지원 사항을 자세히 알아본 후 업체만 잘 선정한다면 그 뒤는 크게 신경 쓸 일이 없을 것으로 본다.

▶ PC 열기가 없어지면 냉방비용은 줄겠지만, 겨울철 난방이 걱정된다.
그린PC방 도입을 고려할 때 그 부분이 가장 걱정이었는데 시공업체에서 시스템실 내부의 PC 부품에서 발생하는 열기를 매장에 순환시켜 난방용으로 사용하도록 설계해줬다. 겨울이 되어봐야 알겠지만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써준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 전기 절감 효과는 과연 얼마나 될 것으로 보나?
▷ 우선 PC에서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이 이론적으로 18%라고 들었다. 하지만 여름철 냉방용 전기 절약과, 시스템 열기로 인한 겨울철 난방비까지 감한한다면 최고 30%까지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 렉 타입의 그린PC방 시스템

 

▶ 그린PC방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 PC방 업주라면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좋은 시스템이다. 매장 환경개선과 에너지 절약.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기분이다. 당장은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걸림돌이 되겠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본다면 PC방 사장님들에게 분명히 득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PC방 업계 전체에 그린PC방이 도입된다면 열악한 매장 환경으로 인해 나빠진 PC방의 이미지는 사라질 것이다.

▶ 대구는 PC방 요금이 무너진 도시로 악명이 높다. 요금 체계는?
▷ 일반 600원, 회원 500원을 받는다. 이곳은 대학가라 요금을 비싸게 책정할 수 없다. 인근 지역에 200~300원 받는 PC방도 생겨났다고 들었다. 대구가 그런 이유로 유명해진 것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동종업계 종사자들끼리의 지나친 경쟁은 공멸을 자초한다. 하루 빨리 현실화된 요금으로 안정화됐으면 좋겠다.

▶ 나만의 PC방 운영 노하우가 있다면?
▷ 특별한 것은 없다. 그 점은 나보다 젊은 사람들이 더 잘할 것이다. 다만 그린PC방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에도 매장 청소에는 신경을 많이 썼다. 손님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전국의 모든 PC방 사장님들이 같은 생각을 해준다면 PC방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사라지고 건전한 놀이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 저녁 시간에는 손님이 바글바글하다

 

사람들은 흔히 아무도 시도하지 않는 일에 도전해 좋은 결과를 얻은 사람을 ‘선구자’라고 칭한다. 적어도 PC방 업계에서는 락PC방 최병렬 사장을 선구자라 할 수 있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그린PC방 시스템을 과감하게 자신의 매장에 도입, 일종의 모험을 자처한 것이다. 물론 결과에 만족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락PC방 최병철 사장의 첫인상은 그저 옆집의 푸근한 아저씨였다. 하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어딘가 독특한 아우라가 느껴졌다. 짧은 시간이라 깊은 대화를 나누진 못했으나 PC방 운영 철학과 업계를 생각하는 마음, 젊지 않는 나이임에도 넘치는 호기심과 강한 도전 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꼭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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