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이상이 다국적 손님, 국내 최대 글로벌 PC방?”

국내 부동산 시장이 극심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는 말이 많지만, 일부에서 침체를 모르는 상권으로 소개되는 곳이 있다. 서울에서도 외국인들의 왕래가 가장 많다고 알려진 이태원 상권이 바로 그곳이다. 명품숍과 고급 레스토랑이 즐비하게 늘어선 이태원 상권에도 몇 개의 PC방이 영업 중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심가에 위치한 메가웹스테이션 PC방은 전체 손님 중 20% 이상이 외국인 손님이라고 알려진 PC방이다.

보편적으로 전국 대부분의 PC방은 내국인을 상대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외국인이 PC방을 이용하는 경우는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지역이거나 인근에 미군부대가 위치해 있는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무척 드문 일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관광지에 있다고 하더라도 외국인 출입이 전체 손님 중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라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인근에 외국인이 거주하는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 이태원 상권은 국내 PC방 문화에 익숙한 외국인들의 PC방 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외국인 출입의 비율로 놓고 봤을 때 국내 최대의 글로벌 PC방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메가웹스테이션 PC방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궁금증을 풀기위해 직접 메가웹스테이션 PC방을 찾았다.

   

이태원에서 PC방을 찾는 사람들…
실제 메가웹스테이션 PC방의 손님 비율은 내국인이 80%, 외국인이 20% 정도다. 내국인 중에서도 인근에 거주하면서 주기적으로 찾는 회원손님이 절반, PC방 업계에서 흔히들 뜨내기손님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유동인구로 유입되는 손님이 절반 수준이다. 결국 단골손님의 비율은 40% 내외이고, 절반 이상이 외국인 손님이거나 이태원 상권을 찾은 유동인구다.

이곳 번화가에 위치한 대부분의 PC방들은 출혈경쟁을 벌이는 경우가 드물고 시간당 PC 이용요금도 가장 정상적이라고 불리는 요금을 받고 있었다. 메가웹스테이션 PC방의 경우 비회원은 1,200원, 회원은 1,000원의 요금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회원과 비회원의 차이를 확실하게 두고 있으며, 회원가입도 아무나 받지 않는다. 실제로 일반 손님 PC 좌석에서는 회원가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회원가입을 원하는 손님은 카운터에 1,000원을 지불하고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메가웹스테이션 PC방에서 회원으로 가입하면 사용금액에 따라 마일리지가 쌓여 나중에 마일리지를 활용할 수 있는 혜택이 부여되고, 정액요금을 이용했을 경우에는 적립도 가능하다. 비회원은 어떤 경우에서도 이와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이는 유동인구로 분류되는 일명 뜨내기손님들이 회원가입을 통해 이용요금을 할인 받는 편법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어떤 외국인들이 PC방을 방문할까?

   
지난 2004년부터 이태원 상권에서 자리를 잡은 메가웹스테이션 PC방은 외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PC방이다. TV 프로그램에서 재연배우로 활동하던 외국인이나, ‘웰컴 투 동막골’ 등 영화에 출연한 외국인 출연진들도 자주 찾는다. 또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외국인이 출입하고 있으며, 몇 년 전에는 해외 국영TV에서 국내 PC방 문화를 보도하기 위해 취재차 이곳을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메가웹스테이션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백승목 사장은 외국인이 많다고 특별할 것이 없으며, 오히려 외국인들이 많아 고충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내국인의 경우 PC방 문화에 적응되어 있기 때문에 특별히 PC방 이용에 대해 안내할 부분이 없지만, 이용방법 자체를 모르거나 PC방이라는 곳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은 자리를 안내하는 것부터 PC방 관리프로그램을 통해 로그인하는 방법까지 모두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PC를 전혀 다룰 줄 모르는 외국인은 인터넷을 실행하는 방법이나 사이트 로그인 방법, 메일 확인 방법까지 안내해 줘야 한다.

이에 대해 백승목 사장은 “일본인들이 PC는 가장 잘 다룬다. 백인들은 반반이고,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들은 PC를 전혀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역회사에 종사하는 외국인도 많은데, 메일을 확인하기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내국인들은 주로 게임을 하지만, 외국인들은 문서 스캔, 팩스, 메일 확인 등 업무적인 일로 PC방을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인터넷 전화나 메신저, 화상채팅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 외국인이 이용한 PC는 전 세계 여러 사이트에 접속하다보니 무수한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등 PC 관리에 어려움도 많다”고 전했다.

   

어디든 매너 없는 손님은 꼭 있다
외국인들의 출입이 많은 메가웹스테이션 PC방은 카운터에 작은 종을 마련하고 벨이라는 문구를 적어 안내하고 있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종을 흔들어 직원을 부르라는 의미다. 또 인터넷 실행조차 힘든 외국인을 위해 PC 바탕화면에는 포털사이트 야후의 바로가기 아이콘을 설치해 뒀다. 당연히 영문 사이트다. 이처럼 메가웹스테이션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백승목 사장은 외국인들이 PC방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최대한 친절하게 응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 어디서든 매너 없는 손님은 있는 법. 백승목 사장은 외국인 중에서도 특히 매너 없는 손님들과 얽힌 에피소드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백승목 사장은 “매너가 가장 좋은 손님은 일본인이다. 백인들도 대부분은 매너가 좋지만, 10% 정도는 한국인을 깔보는 경향이 있다. 동남아인들은 대부분 겸손하고, 아프리카인들은 공중 에티켓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중국인들 중에서도 남방계는 온순한데, 북방계는 굉장히 거칠었다. 좋게 말하면 선이 굵고 호탕하다는 느낌이다. 외국인들 중에서도 가장 매너가 나쁜 사람들은 미국 국적의 흑인 여성이다. 한국 사람들을 낮추어 바라보며 옷깃만 스쳐도 불쾌하다는 반응을 강하게 드러낸다. 또한 취객들은 어느 나라 사람이든 골치가 아프다. 언성을 높이며 내쫓은 외국인도 더러 있다”고 언급했다.

   

“이태원 상권이요? 갈수록 힘들어요”
이태원 상권은 흔히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에서 반경 1km 내외의 상권을 일컫는다. 과거에는 해당 지역에 7개의 PC방이 있었지만 4개 업소는 결국 폐업했으며, 최근 1개의 신규 PC방이 오픈해 현재는 4개의 PC방이 영업 중이다. 각 PC방간 거리는 경쟁에 놓여있다고 보기에는 조금 거리가 있다. 한 때 출혈경쟁의 조짐이 일기도 했지만, 메가웹스테이션 PC방과 같은 경우 한 번도 이용요금을 인하한 적이 없다.

   

백승목 사장은 “2004년에서 2005년까지는 PC방 장사가 정말 잘 됐다. PC 보유 대수가 50대였는데, 월 평균 매출이 2,300만 원에서 2,400만 원 사이였다. 일평균 매출이 60만 원에서 80만 원 정도였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때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원인은 운영적인 부분 보다는 전반적으로 수요가 줄었다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점점 손님들이 PC방에 출입해야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스마트폰도 앞으로 PC방 업계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는 무엇인가가 없다면 다른 업종으로의 전환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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