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차원을 넘어서 생활의 한부분으로 자리매김해야

대학 때 잠시 수업 없는 틈을 타 교문 앞 오락실에서 신나게 스트리트 파이터(이하 스파)를 하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스파가 무진장 인기가 있을 때였다. 불특정 사람으로부터 도전을 받고 승리했을 때의 그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여하튼 한참 스파를 즐기고 있는데 눈물과 콧물이 나의 의지하고는 상관없이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난 그때에서야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오락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문틈으로 밖을 보니 수백명의 전경들과 학생들이 최루탄과 화염병으로 교전(?)을 하고 있었다.
꼼짝없이 몇 시간동안 오락실 안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문틈으로 들어오는 최루탄 연기에 눈물, 콧물로 샤워를 하고 있으면서 이러한 처지에 놓여진 나의 모습이 너무나 한심스러웠다. 그리고 게임에 대한 몰입도가 이렇게까지 심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데모가 끝나고 오락실에서 나오는 처참한 나의 몰골을 본 선배로부터 매우 혼이 난 것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로부터 15년후 현재, 한국은 온라인 게임산업이 한창 꽃을 피고 있다. 게임의 맹주인 일본과 미국에서조차 온라인 게임분야에 있어서 만은 한국에 뒤져 있는 편이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한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혹자들은 이러한 피해가 온라인게임의 중독성에 있다고 주장한다. 필자도 앞에서 말한 한심스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동의를 한다.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불특정 다수와 함께 게임을 진행해나가기 때문에 단순히 일대일 대전을 하는 대전게임은 게임에 대한 몰입도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국내의 온라인 게임은 매출 등의 화려한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현재 심각히 병들어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몇 달 전에 공중파 방송에서 온라인 게임의 중독성에 대해서 집중 보도를 한 적이 있으며, 신문지상에서 게임내의 사기, 해킹으로 인해 검거된 사람들의 뉴스를 접하기도 한다.
사이버 수사대의 자료에 의하면 2001년에 게임내 사기, 해킹, 불법복제 등으로 인한 신고는 15,933건이며 이로 인해 검거된 사람만 해도 10,618명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러한 불법행위뿐만 아니라 게임에 빠져 직장과 학교를 포기하거나 아이템을 둘러싼 폭력과 성매매에 대한 소문마저 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피해 보도를 접하게 될 때면 온라인 게임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과 왠지 모를 죄책감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의 역기능들을 풀어 가는 해법에 있어서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 있다. 앞에서 지적한대로 혹자들은 온라인 게임의 중독성이 이러한 부작용들을 만들어 낸다고 하여 무조건적으로 접근 자체를 막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해결 방법은 온라인 게임에 대한 몰이해로부터 출발한 것이며, 오히려 온라인 게임을 더욱 음성화 시켜서 현재보다 더한 피해를 낳게 할 뿐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온라인 게임의 부작용과 역기능들에 대한 올바른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온라인 게임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특성을 파악해야 하며 온라인 게임 회사의 적극적인 선도가 필요하다.
타인과의 경쟁이 근간이 되는 온라인 게임을 하다보면 남보다 더 빨리 성장하고 싶고, 그래서 더 좋은 아이템을 구하기 위해 혈안이 되기 마련이다. 또한, 좋은 자리를 확보하거나 다른 세력과의 마찰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자신을 비호해줄 집단에 가입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타인과 협력하기도 하고 대립하기도 한다.
이러한 타인과의 화합과 경쟁은 온라인 게임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따라서, 온라인 게임 세계 안에는 타인과의 화합과 선의의 경쟁을 위해서 자율적인 질서와 규범이 있다. 즉, 단순한 놀이차원을 넘어서 현실 세계와 똑 같은 희로애락의 생활이 게임 세계에 존재한다.
모든 것에는 그 나름대로의 정도가 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기 마련이다. 온라인 게임의 주체인 사용자들이 적극적인 협력과 자정노력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해결방안이 나온다 할지라도 별 효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
또한, 온라인 게임을 투자 가치와 단순한 돈벌이 수단으로만 치중했던 기존 게임 회사들의 잘못된 관행과 일부 사용자들의 시각이 변해야 한다.
온라인 게임으로 인한 부작용과 역기능의 중심에는 현금 거래가 있다. 아이템을 둘러싼 현금거래로 인해 폭력 및 사기, 해킹등이 만연하게 되었으며 이에 대해서는 기존 게임업체의 방관도 한 몫을 했다.
온라인 게임으로 인한 역기능을 정화하기 위해서는 그 중심에 있는 현금거래에 대한 게임 업체들의 적극적인 제재와 사용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며 현금 거래로 인한 범죄에 대한 사법당국의 강력하고도 철저한 대응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물론, 제재만으로는 현재의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에는 한계가 있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위해서는 온라인 게임업체가 팔을 걷어 부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게임의 주체는 사용자이기에 사용자들이 보다 건전하고 올바른 규범을 형성하고 이를 수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온쪾오프라인을 통합한 개선 작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한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는 법이다. 온라인 게임의 순기능들을 더욱 부각시키고 역기능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게임이 더 이상 돈벌이 수단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도록 온라인 게임 업체부터 앞장서야 하며, 이를 위해서 온라인 게임 업체들의 단결된 의지를 함께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현금거래를 부추기는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 대해서 게임업체들의 집단 대응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온라인 게임의 역기능과 대책에 대해서 정리해보았다. 좀더 완벽한 해결을 위해서는 앞으로도 더 많은 논의와 고려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서 온라인 게임의 순기능들에 대한 부분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일부의 일탈 행위로 인해서 건전하고 바람직한 사이버 문화를 지켜나가고 있는 사이버 문화 지킴이들의 모습도 부각되었으면 한다.
온라인 게임도 하나의 문화산업이다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기를 바라며 오늘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꿔본다.

- 뮤 마케팅부장 최영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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