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공무원 성과평가 기준 공개, 검문검색으로 범인 검거하면 최고 30점
- 사행성게임장 단속은 1점, 112 신고출동 등 기본업무는 1점도 되지 않아

그동안 PC방 업계에서는 경찰의 불심검문이 지나치게 많다는 불만이 많았다. 매장 내 분위기를 위축시키고, 손님들에게 불쾌감을 조성해 영업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PC방 업주들은 관할 경찰서에 영업장 출입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하거나 ‘공무원 출입대장’을 만들어 비치하기도 했지만, 경찰이 불심검문에 치중하는 이유는 따로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www.opengirok.or.kr)는 경찰청으로부터 넘겨받은 ‘경찰공무원 성과평가 기준’을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신고출동으로 범인을 검거했을 때보다 검문검색을 통해 범인을 검거했을 때 평가점수가 최소 3점 이상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범활동이나 신고처리, 경범죄 처벌 등 기본업무는 1점도 되지 않았다.

세부적으로는 범인검거의 경우 살인피의자를 신고출동으로 검거하면 20점, 검문검색으로 검거하면 25점의 점수가 부여되고 있었다. 또 침입·인질강도 검거의 경우에는 신고출동은 25점, 검문검색은 30점이었고, 강간피의자 검거의 경우에도 신고출동은 25점, 검문검색은 30점이었다. 이에 반해 기본업무로 분류되는 112신고출동은 건당 0.2점, 방범활동은 최고가 0.5점, 음주운전자 검거는 1점이었다. 그나마 도난차량 회수가 2점으로 가장 높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찰은 실적과 근무 평점을 올리기 위해 기본업무 보다는 범인검거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특히 점수가 높은 검문검색이 증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PC방에 경찰의 출입이 유난히 많은 것은 이 같은 성과평가 기준에 따라 경찰이 불심검문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경찰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서울에서만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은 사람은 644만 명에 달했고, 불심검문을 받은 차량이나 오토바이는 4,800만 대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구나 경찰의 성과평가 기준을 살펴보면 사행성게임장 단속이나 성매매업소 단속은 점수가 1점밖에 되지 않았다. 기본업무 평가에서 최고점인 2점보다 낮은 점수다. PC방을 규제하는 수많은 정책과 법안들이 사행성 게임장을 근절하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PC방 업주들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미 수많은 사행성 도박 게임장들이 업종을 PC방으로 등록하고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부처에서는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단속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경찰에서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양천경찰서에서 벌어진 피의자 고문사건, 실적위주의 문제점을 지적한 강북경찰서장의 항명파동, 잇따른 부실수사 문제와 강희락 경찰청장의 사퇴까지 최근 경찰 안팎에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성과평가 기준’ 역시 비판을 피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이며,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는 경찰이 앞으로 어떤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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