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1주년을 맞은 아이러브PC방과 같이 경기도 군포시에 위치한 ‘대한민국 NO.1 PC방’은 지난 1999년 6월에 오픈해 올해 창업 11년을 맞이한 PC방이다. 10년 넘도록 PC방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PC방 전문매체로써 PC방 업계와 함께하고 있는 ‘아이러브PC방’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NO.1 PC방’도 한 자리에서 묵묵히 PC방의 역사를 함께 써내려 가고 있다.

보편적으로 1990년대에 PC방을 오픈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는 업주들을 일컬어 1세대라 부른다. ‘대한민국 NO.1 PC방’과 같이 10년을 넘게 한 자리에서 PC방을 운영한 업주를 만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유명 PC방 커뮤니티 사이트나 협‧단체에서는 이러한 1세대 PC방 업주들을 더러 만나볼 수 있다.

(사)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이하 인문협)의 김찬근 중앙회장이나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이하 협동조합) 최승재 이사장 역시 1세대 PC방 업주로 통한다. 올해 창업 11주년을 맞이한 ‘대한민국 NO.1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안종인 사장도 2000년부터 인문협에서 군포지회장으로 활동하기 시작해 현재에는 5기 경기남부지부장을 역임하고 있다.

창간 11주년을 맞은 아이러브PC방과 생일이 같은 ‘대한민국 NO.1 PC방’의 안종인 사장을 만나 PC방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앞으로 PC방 업계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 ‘대한민국 NO.1 PC방’의 안종인 사장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PC방 업계는…
1999년 당시는 IMF 외환위기 여파가 절정에 달했던 시기다. 안사장 역시 다른 사업을 하다가 IMF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후배가 운영하고 있다는 PC방을 방문하게 된다. 새벽 6시경에 찾아갔음에도 불구하고 손님들로 가득한 PC방을 보고 안사장은 바로 PC방 창업을 알아보기 시작한다.

신규 업종이라는 부담도 있었지만, 은행 이자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판단에 당시로서는 큰 금액인 3억을 들여 군포 신도시 중심 상권에 PC방을 오픈했다. 현재 경기도 군포시 산본역 바로 앞에 위치한 ‘대한민국 NO.1 PC방’이 바로 그곳이다. 110평 규모에 PC 보유 대수 50대로 PC방을 오픈했다. 당시로서는 흔하지 않았던 19형 CRT 모니터를 설치했고, PC방에 특별한 인테리어를 시도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벽면에 스프레이로 낙서처럼 그림을 그리는 그래피티 기법으로 인테리어를 했다. 또 공간보다 PC좌석이 적었기 때문에 PC방 내부에 포켓볼 당구대를 설치해 놓고 손님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PC방에 당구대를 설치한 것은 국내 최초의 시도였다는 설명이다.

당시 인근 상권에 경쟁 PC방 업주들은 안사장이 창업한 PC방을 살펴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30~40평에 PC 20~30대가 평균이던 당시에 110평 규모에 PC 50대의 PC방은 대형 중에서도 초대형 PC방이었기 때문. 더구나 19형 CRT 모니터를 설치한 PC방은 인근에 단 한 곳도 없었다. PC방 내부에 당구대까지 들여놓은 초대형 PC방의 출현은 다른 PC방 업주들에게는 단연 위협적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 대한민국 NO.1 PC방’ 전경

 

본격적인 경쟁, 살아남기 위한 11년
당시 안사장과 인근 상권 PC방 업주들이 책정한 PC방 이용요금은 1,500원이었다. 안사장에 따르면 먹을거리 상품 판매로 인한 부가수익까지 포함해 1년 6개월 만에 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PC방은 뜨는 업종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PC방 창업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다. 이후부터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현재까지도 ‘대한민국 NO.1 PC방’이 위치한 군포시 중심 상권에는 70여개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그런데 2000년부터 서서히 늘어가던 PC방이 70개 건물에 각각 하나씩 들어서면서 ‘대한민국 NO.1 PC방’을 중심으로 반경 약 200m 내외에 70개의 PC방이 모여들게 됐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 것이다.

PC방 오픈이후, 안사장이 크게 간과했던 부분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PC 업그레이드였다. 한번 PC를 구매하면 구매한 PC로 영원히 PC방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새로 들어서는 PC방은 최신사양으로 무장하기 시작했고, PC 하드웨어 부품들도 봇물 터진 듯 시장에 신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PC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개념조차 없었다가 지인들의 충고로 서둘러 업그레이드를 하게 된다. 이 때문에 안사장은 몇 개월 동안 PC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PC를 붙잡고 씨름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 같은 여러 이유에서 오픈 이후 3년 만에 리모델링 공사를 하게 된다. 현재까지도 3년 주기로 전체 리모델링을 단행하고 있으며, 중간 중간 부분 리모델링로 분위기를 전환하고 있다. 업그레이드 역시 신제품이 출시되면 가급적 바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물론 전체 PC를 업그레이드하기보다는 부분 업그레이드를 통해 최신 PC사양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 곳곳에는 손님들을 위한 안내문구들이 부착되어 있다

 

11년 동안 살아남은 자는 “단 2명”
반경 200m 내외 상권에서 70개 건물에 70개 PC방이 모여 서로 경쟁했다는 것은 실패한 자와 성공한 자가 극명하게 나뉘는 결과를 가져왔다. 실제로 같은 상권에서 70개였던 PC방의 수는 현재 20여개 안팎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현재 남아있는 20여개 안팎의 PC방들도 1세대 PC방 업주들이 아니다. 한 자리에서 묵묵하게 현재까지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대한민국 NO.1 PC방'을 포함해 단 두 곳 밖에 없다는 것이 안사장의 설명이다. 물론 성공적으로 PC방을 운영하고 다른 사업으로 전향하기 위해 이동한 업주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경쟁에서 버티지 못하고 도태되었다.

‘대한민국 NO.1 PC방’ 역시 2002년 당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리모델링을 단행하고 PC 보유 대수도 80대로 늘렸다. 이런 이유 외 11년 동안 다른 경쟁 PC방에 뒤쳐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안사장은 탁월한 입지조건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외부에서 군포 신도시 중심상권으로 이동하는 경로에서 첫 번째로 마주치는 PC방이 바로 ‘대한민국 NO.1 PC방’이기 때문. 현재도 지하철 4호선 산본역 출구에서 나와 중심상권으로 이동하는 경로에서 첫 번째로 마주치는 PC방은 역시 ‘대한민국 NO.1 PC방’이다.

이처럼 탁월한 입지조건으로 손님들의 유입이 많았던 ‘대한민국 NO.1 PC방'을 제외하고는 다른 경쟁 PC방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임원을 역임했다는 어떤 PC방 업주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결국 PC방을 접을 수밖에 없었으며, 또한 소규모 PC방들도 생존할 수 없었다.

   
 

▲ 최근 식파라치 논란으로 ‘대한민국 NO.1 PC방’에서는 봉지라면 판매를 중단하는 동시에 셀프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11년을 돌아보며…
안사장은 지금까지 11년 동안 PC방을 운영하면서 느낀 점은 단 한 가지라고 설명했다. 초창기에는 유망업종에 속하기도 했지만, 현재에는 비전이 없는 업종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PC방을 접고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기는 더 힘들다고 토로한다.

11년 동안의 기억을 꺼내 놓으며 안사장은 “옛날에는 말입니다. 1년 6개월이면 투자한 원금을 회수했어요. 그런대 지금은 그렇지 못하죠. 현재 군포 신도시 상권도 PC방이 70개였다가 20여개로 줄었지만, 같은 상권에서 PC 대수는 오히려 늘었어요. PC방이 70개였던 당시에는 PC가 2000개 정도 있었지만, 현재 20여개의 PC방이 보유한 PC 대수는 3000여대가 넘죠. 점점 PC방이 대형화 되고 있다는 말이죠. 손님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데, PC 대수가 늘어나다보니 손님이 분산되고 있습니다. 저도 현재는 180여대의 PC 대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250대 까지도 늘릴 수 있어요”라며, 과거와 달라진 동종 업종간 경쟁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출혈경쟁에 대한 이야기도 꺼내 놓았다. 안사장은 “결국 수입은 감소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대 지출은 또 너무 많이 늘었어요. 과거에는 세입자였고, 현재는 건물주의 입장에서 PC방을 운영하고 있는데도 과거에 비해 지출이 400%넘게 증가 했습니다. 인건비도 최저임금이 증가하면서 2배가량 증가했습니다. 온라인게임 결제 비용은 20배가 넘게 올랐어요. 지출과 수익 비율로 따지자면 수입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이죠. PC 이용요금은 또 어떻습니까. 500원 상권이 계속 늘고 있어요. 이미 군포 신도시 상권도 500원 PC방이 생기면서 가격파괴 현상이 만연합니다. 답이 없어요. 비전이 없습니다”라며 한탄했다.

   
 

▲ 안종인 사장은 벽면에 부착되어 있는 문구를 많은 PC방 업주들이 참고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2000년부터 인문협 군포지회장으로 시작해 현재 인문협 5기 경기남부지부장을 역임하고 있는 안사장은 PC방의 미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에 대해 안사장은 “딱 2005년까지만 PC방의 수익성은 나름 괜찮았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요금가지고 장난치는 업주들이 많아져서 급격히 상황이 나빠졌어요. 정부의 규제도 많아졌고, 학교 환경위생정화구역에 들어갈 수 없는 유해업소 아닙니까. 계속 이렇게 운영하면 PC방은 정말 답이 없습니다. 첫째로는 온라인게임 결제 비용을 줄여 나가야 합니다. PC방 지출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또 둘째로는 야간정액을 없애야 합니다. 택시도 야간 할증제도가 있는데, 오히려 PC방은 야간에 경쟁적으로 요금을 인하하고 있어요. 애초에 첫단추 부터 잘못 끼워진 것입니다. 또 셋째로는 PC방이라는 업종의 재정립이 필요합니다. 국내 IT 산업의 발전을 이끌었다는데, 말 뿐이 아닌 행동으로 국내 IT 산업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합니다. 지금과는 다른 형태로 PC방을 변화시키고 분명한 체질개선을 이루어내야 합니다. PC방이 국민에게 꼭 필요한 공간으로 거듭나야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안사장은 현재 상황에 대한 비판과 가득한 불만을 토로했지만, PC방에 대한 숨길 수 없는 애증도 함께 드러냈다. “앞으로 법 개정도 많이 있어야 합니다. 규제도 보다 완화되어야 하고, 나라에서 PC방을 이용해 국민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을지도 연구했으면 좋겠습니다.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지만, PC방을 접을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래도 PC방이 가장 익숙하기도 하고 오래하다보니 정도 들었어요. 다른 업종도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단 PC방 영업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업주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입장벽을 조금 높여야 한다는 것이죠. 앞으로도 PC방이 돈 벌 수 있는 유망 업종으로 계속 남아있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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